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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황나땡’? 이번엔 ‘황나킬’?…황교안이 움직인다 [정치쫌!]
보폭 넓혀가는 黃…野는 의견 분분
“아직 때 아니다” vs “배제하지 말자”
黃은 미국행…본격 대선 행보 예고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방미길에 오른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전 대표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야권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황 전 대표가 이끈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야당이 참패를 한 만큼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잠룡 반열에 있는 그를 차단하지 말고, 궁극적인 반문(반문재인)연대 완성을 위해 품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황 전 대표와 함께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어느 특정인의 정치 재개에 반대하는 일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황 전 대표의 활동 재개를 놓고 야권에서 우려 목소리가 들리는 데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지난 한국 정치사를 보면 선거에서 패배한 후 다시 일어나 지도자가 된 사례가 훨씬 많다”며 “결국 국민과 당원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분열”이라며 “개인적인 호오(好惡)는 접어라. 합심해 정권 교체의 큰 길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황 전 대표가 비록 패장이지만, 그분의 경륜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고 약이 된다”고 힘을 실었다.

윤 의원은 “저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 중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하고, 심지어 저를 낙선시키려는 공격적 전략공천의 타깃이 된 정치인”이라며 황 전 대표와의 악연을 거론하면서도 “우리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 기존 전통 보수층도 당연히 덧셈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총선 정국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의 공천 결정에 반발해 탈당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자신들의 복당 문을 보다 활짝 열기 위해 더 ‘통합’을 띄운다는 말도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중에서는 조해진 의원이 황 전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그는 최근 라디오에서 “(황 전 대표가)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 오는 일에 전직 당 대표로, 또 열성 당원으로 기여하고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연합]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후 잠행을 한 황 전 대표는 올 초부터 ‘꿈틀’했다. 그는 지난 2월 김우석 전 상근특보와의 인터뷰가 담긴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했다. 같은 달 한 싱크탱크의 창립 세미나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4·7 재보궐선거 정국 때는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서울과 부산 등에서 움직였다. 지난달 26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촉구하는 국회 농성장을 찾아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을 격려했다.

황 전 대표를 향해 ‘비토’ 메시지를 내는 사람들은 그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황 전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강성투쟁 기조를 놓지 않았지만, 당 지지율 등 성적표로 볼 수 있는 지표는 기대 이하였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2·27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쪽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한 황 전 대표가 당선되면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황나킬(황교안 나오면 다 킬)’이 맞는다”고 장담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21대 총선 이후 180석 가까이의 의석을 석권했다.

당장 황 전 대표와 ‘투톱’으로 발 맞췄던 나경원 전 의원(당시 원내대표)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자꾸 황 전 대표와 나를 엮어서 이야기를 한다”며 “(황 전 대표와는)결을 조금 달리 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식 정치나 투쟁은 저와 맞지 않는다. 제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원내대표를 그만두게 한 것 같다”며 “(황 전 대표가)지금은 천천히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라디오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정치를 은퇴했는데, 지금 복귀할 명분이나 국민적 요구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재보선에서 나타난 지금 민심과 유리된 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 생각만으로 지금 정치 전면에 등장하려는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선 의원들과 당원, 국민들의 의견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대표 배제론’에 반대하는 조해진 의원도 황 전 대표가 ‘당 간판’을 노리면 안 된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는 "(황 전 대표가) 당의 얼굴이나 핵심 노선이 된다거나 하면 외연을 확장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과 소상공인들의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 요구 천막농성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 [연합]

초선 의원들 중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있다. 조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내년 3월 대선을 이끌 당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였던 분,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던 분 등이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직격했다. 황 전 대표와 함께 홍 의원도 싸잡아 저격한 것이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 253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강남 벨트’와 분당 등을 빼면 의석을 얻지 못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지 이제 1년”이라며 “재보선에서 정부여당이 심판을 받은 지금이야말로 ‘책임 정치’ 네 글자를 깊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황 전 대표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초청을 받아 지난 5일부터 미국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정원석 비상대책위원 등이 동행한다. 일정은 7박9일이다. 황 전 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보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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