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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고점론은 정부의 바람…조정기 당분간 안 온다” [부동산360]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인터뷰
“영끌 매수세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 여전”
3기 신도시 등 공급효과는 2025년 이후
“시장 친화적 정책 통해 민간공급 풀어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집값 고점론은 정부의 바람이죠. 조정기는 당분간 안 옵니다. 일단 주택공급이 부족하고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상승기조에 올라타 있습니다. 3기 신도시 효과가 나타나는 2025년 진정세에 접어들겠지만 인구수, 가구수가 줄어드는 2030년은 돼야 외곽을 중심으로 진짜 ‘조정’이 나타날 겁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최근 정부의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를 언급하자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효과를 부각하려고 ‘고점론’을 꺼내 들었지만 현재 집값이 고점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게 서 교수의 생각이다.

지난 27일 인천 계양구 계산동 경인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서 교수는 “올해 상반기에도 서울, 지방을 막론하고 주택가격이 급등했다”며 “공급부족이 궁극적인 원인이지만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높아진 주거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급 미스매치’도 집값 우상향 기조에 한몫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은 지난해 역대급 상승장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초역대급 상승장’이었다. 아파트값이 반년 만에 작년 한 해 상승률 이상 올랐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서 교수는 “젊은 층의 ‘영끌’ 매수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매수심리를 잠재우려 온갖 공급계획을 쏟아냈지만 당장 물량이 부족한 탓에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움직임을 막진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3기 신도시가 공급된다고 한들 점수가 모자라서, 경쟁이 치열해서 청약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더 올랐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난 2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수도권의 공급 부족이 풀리지 않고 있다. 연말까지는 우상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가 악화될 수 있으니 지방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은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서 교수는 꼬집었다. “정부는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 부동산 자본이득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투기적 과수요’라고 판단하고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펼쳐온 거죠.”

그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빌라에서 아파트로, 외곽에서 중심지로 가려는 주거 상향 수요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주택 보급률만 보고 공급이 충분하다고 봤으니 시장이 불안해진 것”이라고 했다. 늦게나마 공급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기적으로 늦어 시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서 교수는 분석했다.

정부가 올 초부터 주택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민간 분야를 여전히 옥죄고 있어 정책적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서 교수는 봤다. 그는 “정부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을 막고 있지 않나. 민간에서 공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다”며 “규제 위주의 정책을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하고 국민 소득수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하는 일도 결국은 규제 완화라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서 교수는 “다주택자와 임대주택사업자, 임대인에 대한 규제로 임대주택 공급이 축소되면서 전셋값이 올랐다”며 “신규계약과 기존계약 간의 가격 격차가 가속화되고 있어 4년 차에는 가격 급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보호법의 원상회복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를 덮친 ‘부동산 열풍’은 언제쯤 잦아들까. 서 교수는 “부동산은 위치의 고정성, 부증성 등으로 경쟁에 의해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패 신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단언했다. 지역별, 종류별로 차등화되겠지만 당장의 공급 부족이 풀리지 않는 한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도 결국 ‘부동산 선거’로 치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며 “이번 대선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차기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안정적인 시장으로 만들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될 겁니다. 대선주자들이 당장의 표보다는 미래를 보고 정책 공약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했다. 서 교수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때 민간부문에 주도권을 주고 공공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급을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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