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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사색]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 올림픽

올림픽이 온 국민과 한 나라의 숙원이던 때가 있었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 국가는 정·재계는 물론 외교력을 총동원해 유치전에 나서고, 이를 평가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칙사 대접을 받으며 후보 도시를 주유했다. 올림픽 개최국이 되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지만(물론 유치 전부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 도로·경기장·숙박시설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과 인프라를 조성하면서 개최 도시는 물론 주위까지 상당한 개발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지구촌에 그 나라가 알려지면서 인지도가 상승하고 추후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는 것도 장기적인 호재가 된다.

1981년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결정된 것도 이런 ‘올림픽 효과’를 누린 성공적인 사례에 속한다. 반대 의견과 논란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세계에 알려진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다.

과연 지금도 올림픽은 개최국에 ‘엄청난 호재’가 되고 있을까. 코로나 확산 추세 속에 치러진 도쿄올림픽은 개최 반대 여론이 급증했지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이끄는 IOC와 아베와 스가로 이어진 일본 정부는 밀어붙였다. 결국 1년 연기된 끝에 열린 대회는 우려했던 대형 감염 사태 없이 마무리됐지만 전 같은 ‘올림픽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1년 연기된 데다 무관중으로 치러지다 보니 개최국 일본의 경제적 손실도 컸다. 손실규모를 요미우리신문은 약 40조원, 노무라연구소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도쿄올림픽의 경우 자민당의 인기 회복과 후쿠시마 사태에서의 부활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강했고,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서 더 큰 손실이 발생했지만 앞으로의 올림픽이 과거처럼 개최국 국민의 지지를 얻는 국가적 축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아시아와 달리 북미나 유럽은 개최 도시 주민이 반대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개최로 얻는 이득’보다 ‘개최가 남기는 후유증’이 더 큰 대회가 늘어나면서 올림픽의 위상은 더욱 초라해질 가능성이 크다. 동·하계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약 510억달러(약 59조원)를 쏟아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뒷감당을 하지 못할 만큼 후유증에 허덕이고 있다.

IOC는 유치 과정에서 연이어 IOC 위원들의 뇌물 스캔들이 터져 나오자 개최 도시 선정 방식을 바꾸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대회마다 유치 국가가 2~4개국가량 되면서 치열한 유치경쟁을 펼치다 보니 IOC 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뇌물 등 물량 공세를 펼쳤고, 이런 흑막이 폭로되며 IOC 위원과 IOC는 궁지에 몰렸다. 결국 IOC가 지난 2019년 6월 열린 134차 총회에서 개최 7년 전 총회 투표로 개최 도시를 결정하던 조항을 삭제하며 결정 방식을 변경했다. 미래유치위원회가 사전에 유치 희망 도시의 신청서를 검토해 가장 유력한 한 곳을 선정해 우선 협상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런 방식에 따라 2024년 파리, 2028년 LA, 2032년 브리즈번까지 개최가 일찌감치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처럼 개최국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경우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불가피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국가가 계속 나올지는 회의적이다. 매력 없는 올림픽의 성패 부담은 개최국에만 떠넘기고, 중계권료와 광고비로 안전하게 돈을 챙기는 지금 IOC의 스탠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제발 올림픽을 개최해 달라고 IOC가 돈다발을 짊어지고 떠도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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