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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우리 아이들의 ‘마음지킴이’가 돼주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아이들은 친구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지난해 3월 입학한 초등학생은 여덟 살이 된 해의 첫 학교생활을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와 함께 시작했다. 아이들은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벗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공포를 느끼면서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본인의 마스크를 점검한다. 철저한 교육의 결과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히 방역수칙을 잘 지키더라도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거나 확진자의 가족이 나오면 그 즉시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동선이 겹치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다. 벌써 1년 반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적응’하기에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마스크 쓰기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단절된 마스크 속 표정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원격수업을 해도, 직접 만나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기에 제대로 된 표정을 읽지 못해 서로가 어색하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하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단절’ 상황에서 집 안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아이들도 있다. 최근 한 통계 결과에 의하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서적 학대가 유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5862건이었던 정서 학대는 2020년 한 해 동안 8732건으로, 다른 학대의 종류에 비해 유난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발발 이후 은폐된 아동 학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는 지난해부터 여러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학교에 못 가서 돌봄 공백이 생기고 방임으로 인해 겪게 되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음의 공백과 상처’는 정서적 학대가 낳는 결과물이다.

또한 학대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를 포함한 가정 내 양육자라는 통계자료는 코로나 상황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전가되는 상황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에 정상적으로 못 가는 탓에 친구와의 관계 형성도 어려워진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가 주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는 가슴 아픈 상황이다.

어른은 아이들이 단단한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되고 주변의 잡초도 때로는 제거해 주면서 토양을 보전해주는 존재다. 잔가지가 굵은 나무 기둥을 감싸안듯이 탄탄하게 서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우리 모두 코로나 종식을 바라고 있지만 아이들의 세상에서 이를 바라는 눈빛은 더 강렬함을 번번이 느낀다. 마음껏 뛰어놀 수도 없고, 생일파티는커녕 함께 운동회도 못하고 가을소풍도 못 가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알아줄 사람들은 그래도 엄마, 아빠, 그리고 사회의 어른들일 것이다.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하는 10월 말께는 전격적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에 적응하는 제도가 사회적으로 정착되지도 못한 채 복잡한 세상에서 적응을 해나가며 모두 긴 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힘겨운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지킴이’를 어른이 먼저 나서서 자처해야 할 것 같다. 친구가 아닌 티비와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보듬어주고, 좀 더 신경 써줄 수 있는 넉넉함이 함께하는 한가위를 기대해본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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