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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정의 현장에서] ‘급락’ 대형주에 ‘몰빵’하는 개미들

떨어질수록 뛰어든다. 개미들의 최근 투자 행태다. 개인투자자들이 조정 장세에 급락주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개미들은 최근 5거래일 가운데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로 일관했다. 그 금액만 2조원이 넘는다.

개미들의 ‘톱픽’에는 시총 상위 대형주가 즐비하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로, 순매수액이 13일 기준 1조784억원에 달했다. 이어 네이버 5387억원, 카카오뱅크 3954억원, 삼성전자 2101억원, 아모레퍼시픽 1340억원, 엔씨소프트 1226억원 순이다.

이들 종목은 모두 급락세를 보인 주식들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이후 20% 급락했고, 네이버도 같은 기간 10% 가까이 떨어졌다. 다른 종목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16.4%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도 15.8% 내려앉았다. 최근 바닥 없이 추락하는 엔씨소프트도 같은 기간 7% 넘게 떨어졌다.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1%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26% 하락했다.

저가 매수는 개미들의 가장 흔한 투자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증시가 곤두박질칠 때 매도물량을 모두 받아낸 이는 개미들이었다. ‘동학개미’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이유다. 지난해까지 저가 매수 투자는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확연히 달라졌다. 증시 곳곳에 걸림돌이 산적하다. 미국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등 전 세계는 넘쳐나는 유동성을 조이는 수순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금리를 한 차례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분명하게 예고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대형 악재 속에서도 기록적인 상승 랠리를 이끌어온 유동성의 축소는 증시의 색깔 자체를 바꿔 놓았다. 지난해를 ‘모두가 오르는 시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올해는 ‘좋은 주식만 오르는 시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싸다고 오르는 장세가 아니다.

더 나아가 최근 불거진 규제 이슈는 성장주에 대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은 미래 성장 기대감을 앞당겨 주가에 반영시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인들은 지난해의 모습 그대로다. 여전히 대형주가 급락할 때 무조건적인 사자로 일관하고 있다. 이마저도 ‘빚투’다. 국내 신용거래 융자금은 역대 최대치인 26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증시는 매 순간 바뀐다. 한 치 앞도 확신할 수 없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은 실적이다. 기업의 재무구조, 이익성, 현재 평가 수준 등은 물론 산업 동향과 국내외 시장의 방향성을 숫자로 따져야 한다. 주식투자의 기본이 종목 분석인 이유다. 이에 충실하지 않은 투자는 투기나 도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주라는 이유로, 한때 고공행진했다는 이유로, 혹은 남들이 산다는 이유로 투자하는 것도 이와 다를 수 없다. 합리적인 투자와 무분별한 투자의 한 끗 차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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