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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PGA 5년차 이정은5의 롱런 비결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준우승 했는데 축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와. 나 우승하면 다들 어쩌려고 이러지?”

2주전 LPGA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준우승한 이정은5(부민병원)의 말이다. LPGA 진출 후 5년 간 최고 성적이지만 준우승인데 마치 우승한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단다. 일반적으로는 시즌이 끝나고 스폰서 계약을 하기 마련인데, 이정은5는 올해 시즌 중반에 스폰서를 얻게 되었다. 뭔가 잘되려는 모양이라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정은5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만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의 멘털을 도와주고 있는 스포츠 심리연구소장 조수경 박사도 ‘네가 선수들 중에 긍정 마인드 1등’이라고 했다고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가르쳐주려 해도 만들기가 어려운데, 그걸 내면에 잘 가지고 있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은5는 KLPGA투어에서 5승을 하고, 28세에 LPGA투어에 뛰어들었다. 국내 투어의 대회도 늘어나고 상금도 점점 많아져 선수들이 힘든 타지 생활을 꺼려하는 시점에 이정은5는 훌훌 털고 미국으로 갔다. 벌써 LPGA 5년 차. 샷도 안되고 마음이 무너지는 시간도 겪으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LPGA투어 진출이 제 골프 수명을 늘려 주었단 거예요.”

이정은5는 LPGA 진출 당시 투어 생활에 크게 지루함을 느꼈던 터라 아마 계속 한국에서 머물렀으면 이미 은퇴를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겐 아주 오래 전부터 준비를 잘해서 미국에 오고 싶었던 간절함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무대에 섰다. 미국 투어를 다니면서, 이동이 힘들지만 오롯이 골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새롭게 경험하게 된 모든 것이 좋았다. 골프가 더 즐거워졌다.

그렇게 즐겁게 골프를 치면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도대체 뭐냐고 물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자신과 함께한 장지혜 코치와 조수경 박사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들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정리를 할 수 있었고,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이정은5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 심플 골프다. 경기가 원하는 대로 안 풀리다 보니 심플하게 골프를 즐겼던 자신의 모습이 날아가 버렸단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샷이 되지 않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더 길을 잃게 되기도 한다. 다행히 이정은5은 천금 같았던 두 사람과의 인연으로 다시 자기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스윙도, 멘털도, 자기에 대한 믿음도.

“선수들은 때로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가 된다. 이게 좋고, 저게 좋아 보이면서 내 것을 잊어버렸다. 좋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이정은5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 느낌을 믿고, 내 것을 갖고 있으면 흔들리지 않고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을 잘 이겨내는 것,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정은5는 그것을 즐거움으로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바램은 훌륭한 선수, 몇 승한 선수 보다 골프를 재밌게 치고, 게임을 즐겼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다. 리스크가 있어도, 트러블샷을 해야 하는 순간에서도 본인은 하고 싶은 샷을 다 해본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좋다고 한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정은5의 모습이 보기 좋다. 결국 중요한 건 성적과 관계없이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다. 모든 골퍼들이여, 행복하라.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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