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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가계대출 억제에도 실수요 숨통은 틔우는 게 옳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수장들이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상환능력 범위 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실수요 숨통까지 막지는 않겠다고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이로써 개인 대출창구가 온통 꽁꽁 막혀 버리는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금리가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꼭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해 생계와 거주에 피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한다. 사실 정부도 집값과 전셋값 상승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지고 보면 주택 공급을 막아놓은 채 엉뚱한 세금폭탄만 터뜨리며 집값 상승을 부추긴 책임은 정부에 있다.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억제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오래전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5~6% 내외로,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4%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목표달성의 어려움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부채(한국은행 집계)는 1805조9000억원이다. 1년 전(1637조3000억원)보다 168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가율로는 10%가 넘는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대출 억제로 연간 증가율을 6%로 맞추자는 것이니 텐드럼(발작) 수준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단 가계대출을 무조건 중단해버린 은행도 있다. 그 여파는 풍선 효과로 나타나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다. 대출 억제가 ‘대출의 질 악화’라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금융 당국은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에 대한 보호방안을 고려해 10월 중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곧 나올 세부 대책을 봐야겠지만 실수요 중에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대출 억제정책의 매끄러운 관리가 더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세자금이나 정책모기지, 집단대출이 실수요란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중에도 무주택자들의 전세자금은 특별하다. 그들의 상환 능력은 집 없는 설움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 정부가 그토록 적대시하는 부동산 투기와도 무관하고, 담보도 확실하다. 무엇보다 시장과 현실을 무시한 임대차법 등 헛발질 입법의 피해자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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