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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전세대책 예고했지만...시장은 한숨만

“임대차3법과 관련된 지적은 뼈아프게 새기도록 하겠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임대차3법 도입 이후 나타난 전셋값 폭등’에 대한 질의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정부는 줄곧 임대차3법으로 갱신계약이 늘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신규계약의 전셋값이 크게 오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자 이같이 답한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상승과 이에 따른 이중·삼중 가격 현상은 지난해 7월 말 임대차3법 도입 이후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전세시장의 이중 가격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폭 5% 제한)를 적용받는 갱신 계약과 이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 간 전셋값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세입자들이 갱신 계약을 하되, 집주인과 시세의 70~80% 수준으로 합의하는 사례가 추가되며 삼중 가격이 됐다. 같은 아파트, 같은 주택형인데 전셋값이 여러 층위로 분화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연말께 추가 전세대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한 방송에 출연해 ‘연말까지 역점적으로 마련할 대책’으로 전세시장의 이중 가격 구조 해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은 벌써부터 술렁이는 모습이다. 임대차3법 수정·완화가 아니라 더 센 ‘가격 규제’를 꺼내들어 시장 왜곡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언급대로 갱신·신규 계약 간 격차를 줄이려면 높은 가격대를 아래로 끌어내리거나 낮은 가격대를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공급 측면에서 쓸 만한 카드가 부족한 만큼 ‘전월세상한제 확대’ ‘표준임대료’ 등 가격 규제가 더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전월세상한제 확대는 갱신 계약뿐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인상폭 상한(5%)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표준임대료는 각 지역의 적정 임대료 수준을 산정·고시하는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3법 추진 당시에도 이 방안들을 언급했는데 여건이 되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가격 규제는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앞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이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눌러앉으며 유통 가능한 전세매물이 크게 줄었고, 집주인이 신규 전세계약을 맺을 때 4년치 임대료 인상분을 미리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했다. 가격 규제의 효과는 일시적이며 오히려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선 “이럴 거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도 빗발친다. 임대차3법 손질이나 단기 공급 확대 등 시장이 요구하는 사항은 제쳐놓고 변죽만 울리는 전세대책을 선보인 ‘전력’ 탓이다. “지금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기존에 꼬인 걸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업계 전문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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