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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발·제보사주’ 동시 수사 착수, 공수처 중립성 시험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여권 인사에 대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문제의 고발장이 유통된 경로에 있는 것으로 의심받아온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한편으로 고발 사주 과정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했다는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여야의 주요 인물이 연루된 사건인 데다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 선거 판세가 요동칠 것이다. 공수처는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여야, 좌우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은 엄정한 중립성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은 발단이 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과 제보자 조성은 씨(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통해 일부 복구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은 조씨와 지난해 4월 3일 최소 두 차례 통화했다. 이른바 ‘손준성 보냄’이 표기된 문제의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파일 등을 조씨에게 보내기 직전과 직후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고발장 접수 방식을 놓고 은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남부지검(지검장이 윤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 안전하다고 했다가 2차 통화에선 대검찰청에 접수시켜 달라고 수정한다. “거기가 (대검)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거기에 전화해놓겠다”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빠져야 된다”고 했다. 검찰 출신인 자신이 직접 고발장을 제출하면 당과 검찰이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어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붙였다.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조씨의 제보 내용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맹탕 해명’ 논란을 불렀다. 이번에 본인의 기억을 되살려줄 녹취록이 나왔으니 더는 뒤로 숨지 말고 진실이 뭔지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측이 ‘제보 사주’ 의혹으로 고발한 박 원장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박 원장은 인터넷언론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하기 전인 지난 8월 조씨와 만나 제보를 부추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노회한 정치인 출신 기관장의 가벼운 처신이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가던 음습한 ‘정치공작’의 기억을 다시 불러낸 꼴이다. 의혹의 진위야 수사로 밝힐 일이지만 안보기관 수장의 몸가짐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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