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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상속세 개편, 찔끔 제도개선 아닌 과감한 개혁을

정부가 상속세를 크게 손볼 모양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6일 국정감사에서 “상속세 과세 체계에 대한 개편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확인한 것이다. “고려해보겠다”거나 “짚어보겠다”는 인사치레가 아닌 데다 과세 체계 개편까지 말했으니 일부 적용 요건을 수정하는 제도 개선 그 이상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참에 찔끔 개선이 아닌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사실 상속세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가업상속제도 개선 요구는 벌써 오래전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무소속 양형자 의원이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서울 중위 아파트의 상속세만 1억8000만원을 넘는다”면서 총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취득세(유산 분배 이후 상속인별 분할 재산에 상속세를 매기는 것)로 전환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15억원인 영농상속 공제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상속세는 부자들만의 세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에도 한국의 상속세는 평등 지향 풍토 속에서 계속 강화돼왔다.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 상속세율은 50%지만 거액, 특수관계인 등의 각종 할증 20%를 더하면 거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업승계 공제제도가 있다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대부분은 가업승계를 엄두내기 힘들다. 팔 수 있다면 팔아버리는 게 상책이다. 오너 없는, 오너가 관여치 않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꼭 옳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국제적인 추세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쪽이다. 일본의 상속세율이 비교적 높은 55%이고 미국(40%), 독일(30%), 네덜란드(20%), 덴마크(15%) 정도다. OECD 평균이 27.1%다. 이탈리아는 4%에 불과하고 캐나다처럼 아예 없는 나라도 많다. 21대 대선경쟁에 나선 최재형 후보가 ‘상속세 폐지’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상속세의 근간은 금수저의 세대 간 세습을 막는 ‘정의로운 세금’이란 인식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다. 현행 세율로 3대를 거쳐 내려가면 100% 지분이 16%로 쪼그라든다. 가업승계나 백년기업은 꿈꾸기 힘들다.

당장 상속세 폐지 주장은 너무 앞서가는 일이다. 재정난과 세수 부족이 아니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니 세금을 많이 내고 받으라”는 주장을 영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국가가 세금으로 분배에 기여하는 건 당위에 속한다. 그렇다 해도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 상속받은 재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생산에 재투자한다면 상속세를 이연해주는 식이다.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방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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