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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담의 현장에서] 불안한 증시·널뛰는 목표가에 우는 개미

“주가가 오르면 올리고, 내리면 슬그머니 내리는 증권사 목표가를 어떻게 믿고 투자하나요?”

최근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가를 내리자 한 개인투자자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그는 올 초 ‘10만전자’가 될 것이라는 증권사의 분석에 꾸준히 삼성전자를 매수해왔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목표가는 개인투자자들이 찾는 중요한 정보 중 하나다. 때문에 영향력도 크다. 새롭게 상하향한 목표가가 등장하면 해당 기업 주가도 오르내리곤 한다.

목표가는 통상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자산가치(PBR)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다. 투자자들의 수급이나 센티멘털을 배제하고 기업의 실제 가치를 바탕으로 통상 향후 1년 안에 해당 기업 주가가 어느 정도 변화할 지를 제시한다.

이런 목표가는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풍이 일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연초 증시가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며 장밋빛 목표가도 속출했었다. ‘10만전자’에 대한 기대감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1만원, 12만원 등으로 높여 제시하면서 더욱 커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가 3000선이 무너진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등 국내 증시 분위기가 반전되자 증권사들도 보수적으로 목표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이 내놓은 리포트 가운데 목표주가를 하향한 것은 19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3분기에는 501건을 기록하며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이미 89건의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나왔다. 이 속도면 4분기에는 3분기의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이런 움직임에 개인투자자들은 연일 분통을 터뜨린다. 증권사들의 추천 속에 개인이 열심히 사들인 대형주들의 목표가가 연일 하향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후 증권사 5곳이 삼성전자 목표가를 낮췄다. SK하이닉스(9곳), 카카오(3곳), 현대차(4곳), 기아(2곳), 엔씨소프트(9곳) 목표가도 줄줄이 하향됐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장세 속에서도 개인은 증권사의 목표가를 믿고 이들 종목을 저점매수 기회로 인식해 열심히 사들였기에 배신감이 더욱 크다. 지난 한 달 동안 개인은 카카오를 1조5744억원, 삼성전자를 9225억원, 현대차를 1591억원, 엔씨소프트 983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괴리율 관리를 위해 주가 하락시 조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후행해 목표가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결국 그들 스스로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일 수 있다. 이런 안이한 인식에 증권사들이 내놓는 목표가는 물론 보고서 자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유례 없는 주식시장 호황에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고액 연봉과 성과급의 기저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있었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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