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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장동 ‘키맨’ 김만배 구속 기각, 검찰수사력 시험대에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김씨에 대해 750억원의 뇌물 공여 및 1100억원 배임, 55억원의 횡령 등 상당한 중형이 예상되는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 내용은 부실했다는 의미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김씨 신병을 확보해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집중 수사하려던 검찰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가 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검찰은 지난 11일 김씨를 1차 소환하면서 몇 차례 더 불러들여 추가 보강조사를 하려 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주문하자 3시간30분 만에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무리수를 뒀다. 섣부른 영장 청구가 기각을 자초한 것이다. 야권으로부터 ‘늑장 수사’ 비판을 받던 검찰이 대통령 하명에 허둥지둥 서두르다 일을 그르쳤다고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법원의 영장 기각 근저에는 검찰이 결정적 물증으로 내세운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녹취파일 신빙성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정했다’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로비) 실탄은 350억원이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토대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김씨 쪽은 줄곧 “녹취록은 신빙성이 없다. 정 회계사의 일방적·자의적 주장”이라고 반박해왔다.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 차원에서 법정에서 녹음파일 재생을 제지했다. 김씨 쪽 주장이 먹힌 셈이다.

사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순수성과 진실성에 한계가 있다. 오히려 탐욕스러운 동업자들이 생각보다 많아진 개발이익을 서로 많이 가져가려고 잔머리를 굴리며 이전투구를 벌인 기록으로 봐야 한다. 수사가 옥죄여오자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언론 인터뷰를 자청하며 자신은 사업에서 배제돼 있었다고 책임회피성 발언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의혹 연루자들의 말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로비의 대가성 입증 등 이들이 꼼짝할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언론의 의혹 보도에 뒷북을 치고 의혹의 당사자들이 던져준 녹취파일과 자술서 등에 기대다가는 특검 등판론이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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