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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중기, 한류 콘텐츠를 견인하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를 수레의 양 바퀴로 한 채 힘차게 굴러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전세계 실시간 소통이 보편화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코로나 시대 4차산업과 결합해 언, 온택트 문화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배우나 가수들도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SNS, 인터넷, 유튜브, OTT 등 뉴미디어들을 잘 활용해 이런 흐름을 잘 포착해야 한다는 얘기다. 배우 송중기(36)는 그런 흐름속에 좋은 연기와 콘텐츠로 호평받고, 글로벌 스타로 인기를 얻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승리호’에 이어 지난 5월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를 통해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승리호’에서는 허술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고, 부성애가 돋보이는 조종사 태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빈센조’에서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를 맡아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빌런급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개국으로 방송되기도 했던 ‘빈센조’의 해외 성적은 가히 눈부시다.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FlixPatrol)에 따르면 ‘빈센조’는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불가리아, 캐나다, 베트남, 이집트 등 총 55개국에서 TOP10 컨텐츠에 랭크됐다. 전세계 드라마콘텐츠 순위(World wide Top 10)로는 최고순위 4위(5월 3일)까지 오른 바 있다.

아시아와 남미, 중동 지역은 K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이다. 빈센조의 경우는 북미 지역은 물론 핀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등 북유럽과 서유럽에서도 소비되었음에 주목할만하다.

‘빈센조’는 2021년 5월초에 종영했지만, 일본,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태국, 베트남 등 9개국에서 여전히 금주의 TOP10에 랭크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21년 8월 현재도 드라마 콘텐츠 9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려 139일동안 TOP 콘텐츠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도쿄에서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0년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넷플릭스를 통한 한국드라마의 연속 3연타로 4차 한류가 점화된 상태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인기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가 송중기 주연의 ‘빈센조’다. 일본 4차한류의 특징은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 모두에 걸쳐 인기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한류 전문 저널리스트인 요시자키 에이지 씨는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겨울연가’ 등은 일본 중장년층에서 유행한 신파극이었지만, 4차 한류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비주얼이 좋고, 멜로, 판타지, 액션을 두루 선보이는 스타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일본 한류 드라마의 트렌드가 그렇게 바뀌고 있는 중심에 송중기가 있다.

2021년 7월 2일자 유력 시사주간지 ‘슈칸 아사히’(週刊朝日)는 송중기를 표지모델로 등장시켜 무려 8페이지에 걸쳐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다크 히어로’(‘빈센조’)로서의 면모를 뿜어낸 그와 나눈 인터뷰도 실었다.

송중기가 보여주는 겸손함과 단단함은 앞으로도 롱런을 예고한다. 최근에는 송중기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장애인 국제무용제’의 홍보 영상을 찍어 보내줘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미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MC를 맡아 박소담과 함께 진행을 하고, ‘승리호’ 공식 상영과 GV(관객과의 대화), 오픈 토크 행사까지 참가하며 관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 ‘빈센조’가 끝났는데도 반응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는가

“피부로 느끼는 건 별로 없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현지에 가서 팬미팅을 해 피부로 느꼈지만, 요즘은 피드백 느낌이 약하다. 도쿄에서 제작사가 전시회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외국 시청자분들도 재밌게 봤다니 조금 의아하다. 현장에서 한국적인 드라마라고 말했다. 박재범 작가님의 유머러스한 설정의 대본과 코드를 이해할까? 넷플릭스에서 번역을 잘 할까. 지금도 인기를 잘 모르겠다. 얼떨떨하다. 배용준 선배님의 ‘겨울연가’에 이어 장동건, 이병헌, 원빈 선배님들을 일본 팬들이 좋아해 줄 때와는 분명 다른 것 같다. 젊은 세대의 모습을 반영한 ‘이태원 클라쓰’의 박서준이나, ‘빈센조’의 나는 캐릭터의 결이 달랐던 것 같다. 하지만 외국에서의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 인기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타성은 아닌 것 같다. 작품을 베이스로 해 공감된 후 해외팬들도 스토리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 스타가 나온다면 잠깐 눈길을 끌겠지만, 송강호 선배가 나와도 재미 없으면 안보는 시대다. 나랑 작품이 잘 맞아야 한다. ‘빈센조’는 김희원 PD와 박재범 작가가 캐릭터를 잘 만들어준 것 같다. 그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지인을 통해 나에게 사인을 부탁하면서 ‘(빈센조가) 페이소스가 좋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또 영국인 친구가 휴대폰 문자로 파이넨셜 타임즈 온라인판의 기사 ‘빈센조 메가 석세스’를 보내준 적이 있는데, 정치, 경제 비리가 있으면, (빈센조 처럼) 그런 것들이 시원하다고 했다. 어떤 나라건 부패가 있고 사회를 비판하는 드라마는 한국적으로 만들어도 공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팬들과의 온, 오프라인 에피소드를 말해달라?

”SNS를 안하니까 피드백의 기회가 별로 없지만 놀랐던 적은 있다. 언론에서 저를 한류스타라고 해주니, 호칭은 감사하지만 그런 가 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영화 때문에 콜롬비아 보고타로 출국했다. 매니저 없이 현지 분위기를 느끼려고 시장을 걸었다. 보고타 현지분들이 나에게 몰렸다. 날 알아볼 리가 없는데, 당황했다. 그 분들이 스페인 말을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를 봤다고 하는 건 알 수 있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캐리커쳐를 파는데, 오바마, 간디, BTS가 있더라. 사람들이 계속 저한테 와서 넷플릭스를 통해 ‘아스달연대기’를 봤다고 했다. 한국에서 많이 안나왔는데 남미에선 많이 봤다고 했다. 그리고 3개월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다. 여기서도 K콘텐츠가 주류로 들어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생충’이 방점을 찍었다. ‘미나리’도 마찬가지다. 콜롬비아 현지 분의 초대를 받아 식사를 했는데, 거기서도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을 보더라. 나도 몇 개 봤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콘텐츠 글로벌화가 갈수록 가속되고 있다. 그런 환경속에서 배우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할까?

“거창할 필요가 없이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류의 중심에서 선배님들 덕분에 우리 후배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한류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라며 글로벌로 타깃을 잡아 줄 때가 있다. 가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안재욱, 배용준 선배님이 나온 드라마는 한국적인데, 중국과 일본에서도 잘됐다. 너무 보편화되면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한국적으로 하면 된다. ‘기생충’도 봉준호 감독님의 생각으로 만들었다. 한국적인 것으로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었는데 외국에서도 좋아해줬다. 글로벌할수록 한국적인 것으로 가도 될 것 같다. ‘승리호’(2020)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보편적인 우주 소재에 한국적인 투박함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2012)때도 토속적인 감독이라고 느꼈다. 특별히 뭘 하려는 것보다는 한국적인 매력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배우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개인적인 것일 수 있는데, 나는 장르의 욕심이 많다. 다양한 장르를 못해봤다는 생각이 든다. 욕을 먹더라도 안해본 것을 해보고 싶다. 한번 해본 것은 안하고 싶다. 비중이 떨어져도 새로운 걸 할 때가 재밌다. 겪어보지 않았던 대본이 들어오면 신선함을 느낀다. 또,해외 프로젝트(보고타)는 콜롬비아 스태프들과만 찍게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우물안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

송중기는 필모그라피를 보면, 항상 새로운 배역에 도전한다. 그런데도 다양한 장르를 못해봤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의 도전 열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의 큰 관심사중 하나도 언어다. 영어와 스페인어. 특히 스페인어는 꼭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현장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올로케로 진행되기로 돼있던 ‘보고타’를 촬영할 때 스페인어가 필요했을 것이다.

송중기가 ‘빈센조’에서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때에는 정말 멋있었다. 섹시하기 까지 했다. 송중기는 ‘빈센조’ 연기중 이탈리어를 능숙하게 구사한 데 대해 “로마, 밀라노, 시칠리아 억양이 다 달라 힘들었다. 내가 했던 이탈리아어는 만족 못한다. 이쁘게 봐주신 것은 부끄럽다”고 답했다.

▶송중기씨는 언제부터 주연을 맡았나?

‘성균관 스캔들‘(2010년)은 주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유천 박민영 유아인 씨가 더 큰 역할이다. 나는 조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끌고가는게 부족했다. 영화는 ‘마음이2’(2010)부터 주연을 맡았고, 드라마는 그 2년후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의 강마루역부터 주연이다. 그때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보름간 체류하며 히로사케성 등에서 촬영했는데, 내가 갔던 곳중에서 가장 좋았다. 숙소 주변 호수를 산책할 때도 좋았다. 현청에서 협조를 잘 해줘, 실제 마을 축제를 하던 사람들을 동원해 촬영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산업화 시대에는 이익 창출 연예인이 떴다면, 디지털시대에는 가치를 창출하는 연예인이 뜬다고 한다. 전세계 K-pop 팬들의 90%가 아이돌 기획사에 기후 행동을 원한다는 기사도 떴다.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

“스타의 힘은 엄청나다는 것, 좋은 가치를 창출하려는 마음가짐은 무조건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다. 정치인, 공인은 아니지만,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자리다.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벼운 행동, 나쁜 행동을 하면 안된다. 한류스타라면 더더욱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류준열 배우를 잘 모르지만 존중한다. 이런 건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치인이었던 앨 고어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주장하고 남극빙하가 녹는 것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는 게 와닿았다. 나는 팬들과 함께 이런 걸 좀 더 생각해보겠다.”

▶멋진 지휘관인 유시진 대위 역을 맡은 ‘태양의 후예’(2016)때부터 한류스타를 실감했는가

“그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는 바뀌건 없었다. 중국 투어를 할때 팬분들이 체육관에 1만명 정도 앉아계셨다. 와~ 하면서도 부담이 됐다. 스스로 놀랐다. 엊그제만 해도 안그랬는데, 혼자 개인 여행을 하면 너무 많이 알아봐주시니니까, 똑바로 살아야지, 내가 내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다. 나라의 홍보대사를 맡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파급력이 생긴다. 이걸 인지하고 기분 좋은 짐을 지닌 채 활동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높은 개런티를 받을 필요가 없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여가를 주로 어떻게 보내는가? 비대면 시대에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덕담 한마디를 한다면?

“덕담까지는 아니고, 누구나 다 힘들다. 나는 업계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힘들 때일수록 성격들이 나온다. 자신만 생각하면 안된다. 투자자, 제작자, 매니지먼트사 모두 다 힘들고, 관객들도 영화관을 잘 못가신다. 나만 생각하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대전에서 영화 ‘모가디슈‘를 매너저와 봤다. 내가 출연한 영화는 아니지만, 류승완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극장이 위험한 곳이라고 이미지 메이킹이 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무도 없었다. 해변은 휴가를 간 사람들로 넘친다. 안전한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관객들이 극장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차기작에 대해 얘기해달라

“영화 ‘보고타’는 코로나로 촬영이 중단했다가 재개돼 최근 크랭크업됐다. 작년 현지에서 두달 정도 촬영하고 돌아왔는데, 다시 가려니 상황이 안좋아져 한국에서 찍고 CG 작업을 함께 했다.

영화는 IMF 상황에서 콜롬비아에서 정착하는 한국 이주민 얘기다. ‘미나리’도 이주민 얘기다. ‘보고타’는 남미 색깔이 살짝 더해진다.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스카 페이스’와 정서가 통한다. 갱스터를 빼면 ‘스카 페이스’와 비슷하다. 한류, 한류 하지만, 한국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 드라마는 2022년 JTBC에서 방송되는 판타지 회귀물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성민 선배님과 함께 출연한다.”

송중기의 우유빛깔 피부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했다. 유난히 뽀얀 피부, 모공이 있는지 찾기 어려운 피부다. 순수와 깨끗함, 무균(無菌)과 연관되는 이미지다. 겉으로는 하얗지만 속으로는 묵직한 그 무엇이 있는 배우 송중기.

이와 함께 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멋있음’을 더한다. 아 참, MBC 다큐 ‘남극의 눈물’에서 내레이션을 한 사람이지. 막연하지만 다큐 제작자의 꿈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도 다큐라고 한다.

송중기는 촬영현장에서도 자기 것만 하고 떠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분위기를 좋게 유도한다고 한다.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송중기가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한류 확산의 중심에서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한국적인 것을 하면 된다’라는 그의 말은, 미래의 한류를 기대하고 준비하는 주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웹진 한류스토리 2021년 가을호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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