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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 ‘참여율 44%’ 그친 배경은[이런정치]
국민적 지지 감안하면 예상보다 낮은 참여율
“실효성 없는 홍보” “헌법정신 가볍게 생각”
“면책특권과 별개…법 앞에서의 평등에 위배”
참여 의원들은 SNS서 릴레이 인증 나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헌법 제44조 1항)’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여론이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여론을 주도한 건 다름 아닌 집권여당 의원들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51명은 지난 23일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서’에 서명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은 불체포특권이 국회의원의 부정부패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불체포특권 폐지가 매 국회에서 논의된 ‘오래된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을 정면 겨냥한 행보다.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방어에 나선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자발적 특권 내려놓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2월 한국갤럽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57%로, 폐지 반대(27%)의 2배 이상이었다.

다만 참여율을 놓고선 의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명에 참여한 51명은 국민의힘 전체 의석의 약 44%인데, 폐지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낮은 참여율이라는 것이다. 3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빽빽하게 진행된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일정 등도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우선 불체포특권 폐지가 헌법 개정 사안이라는 게 꼽힌다.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한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대·20대 국회에서 불체포특권 폐지 법안이 발의되는 등 폐지 시도가 있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실효성이 없는 선언”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과 홍보나 인지도 높이기로 보여질 수 있어 (의원의) 서명을 만류했다”고 말했다.

과거 군부독재 당시 입법부 보호 차원에서 생긴 불체포특권의 제정 취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헌법에 그런 조항이 있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것”이라며 “국민 정서상 좋아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헌법정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불체포특권이 나온 배경을 보면 제도적 의미가 충분하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해 삼권분립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가 가진 특권 중 하나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불체포특권을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분리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45조로, 불체포특권과 마찬가지로 군부독재 당시 입법부의 자율적인 활동을 위해 제정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면책특권은 의원들이 국회에서만이라도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생긴 것이지만, 불체포특권은 법 앞에서의 평등에 위배되는 이야기”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대신 입법부가 막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헌을 해서라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명에 참여한 의원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릴레이 인증에 나섰다. 서명을 주도한 5인 중 1명인 최형두 의원은 “서명은 48명이지만 회견 중에 주호영 원내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동참해 50명을 넘어섰다. 참여의원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숙 의원은 “여야 지도부에 요청한다”며 “불체포특권이 실질적 효력을 갖지 못하도록 정치개혁 협상에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참여 명단은 강대식·권명호·권성동·김도읍·김병욱·김상훈·김선교·김성원·김승수·김예지·김형동·김희곤·김희국·노용호·박대수·박덕흠·박수영·박정하·서범수·서병수·서일준·서정숙·안철수·양금희·엄태영·유경준·유의동·윤창현·윤한홍·이명수·이양수·이종배·이종성·이주환·이철규·이태규·전봉민·정우택·조경태·조수진·조은희·주호영·지성호·최승재·최연숙·최영희·최재형·최형두·하태경·한기호·황보승희 의원 등이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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