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대법 “2심 판단 일부 잘못”
2심 선고 직후 박상돈 천안시장이 법원 밖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당선무효 위기에 몰렸던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일단 직을 유지하게 됐다. 앞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는데,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하지 않으면서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은 잘못”이라며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해 다시 재판하라”고 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12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박 시장에게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시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 공보물 등에서 ‘천안시 고용률 전국 2위, 실업률 전국 최저’라고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였다. 인구 50만명 이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수치였지만 기준이 누락되면서 마치 전국 228개 지자체 순위처럼 보이게 한 혐의였다.
두 번째는 공무원을 사적으로 동원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박 시장이 재출마를 계획한 상태에서 업적·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홍보 영상물을 제작하게 하고,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리게 했다고 봤다. 겉으론 천안시의 시정 홍보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선거 운동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었다.
1심은 박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무를 맡은 비서팀·미디어홍보팀 직원들 4명만 벌금형~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전경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인구 50만 도시 기준을 누락한 채 실업률과 고용률이 상위권이라고 발표한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면서도 “(박 시장이) 자신의 SNS에는 인구 50만 기준을 명시했고, 공보물을 세세히 검토해 고의로 기준을 누락했다는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을 동원한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도 “(박 시장이) 얼마만큼 깊이 관여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며 “나아가 상대후보 측의 감시·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그 빌미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홍보물에 게재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용인했다고 볼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2심에선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직원들뿐 아니라 박 시장에 대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김병식)는 지난 3월 이같이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박 시장은 인구 50만 기준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여러 차례 출마한 경험이 있고, 허위사실 공표죄로 벌금 250만원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공보물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무원을 동원한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도 “재출마 생각이 있었던 박 시장은 업적과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대체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범죄 행위를 하려던 의사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양형의 이유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장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개인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게시하도록 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공범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2심 판결 중 대법원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공보물 내용이 진실인지 확인·조사할 의무를 소홀히 했으므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고의범”이라며 “기준이 누락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머지 혐의(공무원 지위 이용 선거운동)와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판단은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박 시장은 4번째 재판을 받게 됐다.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 받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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