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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 양반가 생활사를 '살림살이'로 엮은 신간 발행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은 조선시대 양반가의 일상사를 ‘살림살이’로 조명한 ‘조선 사대부가의 살림살이'를 펴냈다고 23일 밝혔다. 한중연 출판부가 조선의 문화를 이끌었던 사대부가(家)의 삶을 생활사 중심으로 펴낸 ‘조선의 사대부’ 시리즈 중 12번째 책이다. 이민주 한중연 선임연구원이 집필했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가 글공부뿐 아니라 살림살이 역시 예(禮)의 실천으로 여겨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 양반가의 문집을 보면, 사대부들은 살림살이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며 또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피력하고 있다.

바른 마음을 얻기 위해 의관을 잘 갖추려 했으며, 학문의 안정적 정진을 위해 먹고사는 생활의 문제까지 손수 해결하고자 했다. 조선의 사대부에게 의관을 갖추고 머리를 다듬는 일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수기(修己)의 한 방편이었고, 나아가 흐트려지지 않는 군자의 위용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사대부들은 비록 예라는 명목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의복과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살림살이는 학문의 길을 걷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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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학자 퇴계, 성호, 다산의 살림살이
이 책에 의하면 퇴계 이황,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같은 유명한 학자들도 글공부 못지않게 살림살이에 힘썼음을 보여주고 있다.

퇴계 이황은 집안의 살림살이에 직접 동참했으며 이를 인간된 도리로 여겼다. 아들 준에게는 “살림살이도 사람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 아비인 나도 평생 그 일을 비록 서툴게는 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전혀 하지 않을 수야 있었겠느냐. 다만 안으로는 오로지 문장을 하면서 밖으로 살림살이를 하면 사풍(士風)을 떨어뜨리지 않아서 해로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호 이익은 선비들이 학문에만 뜻을 두고 살림살이를 하지 않아 집안이 어지러워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살림을 돌보지 않으면 조상을 받들 수 없고 부모도 봉양할 수 없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살림살이를 잘 돌본 조카 이병휴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은 이황이나 이익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이어서 재테크와 자산관리에 뛰어났다. 정약용은 환금성 좋고 의생활도 해결해줄 수 있는 ‘뽕나무 심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 학연에게는 “과일을 파는 일은 본래 깨끗한 명성을 잃는 것은 아니지만 장사하는 일에 가까우나, 뽕나무를 심는 것은 선비의 명성을 잃지도 않고 큰 장사꾼의 이익을 볼 수 있으니 천하에 다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권장했다.

◇사대부들, 복식 관리로 격조와 품위 유지
사대부들은 격조 있는 차림새로 사대부가(家)로서의 격조와 품위를 지켜나갔다. 16세기 조선의 일상을 기록한 미암 유희춘은 저서 '미암일기'를 통해 사대부 남성들이 복식을 어떻게 장만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유희춘이 1567년 10월부터 1577년 5월 사망 이틀 전까지 일상을 기록한 대표적인 일기자료이다.

유희춘은 유배지에서 풀려나 관직에 복귀하면서 이에 필요한 사모와 각대 등을 부인이 아닌 지인에게 빌리거나 은대 만드는 법을 장인과 상의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모든 것을 마련한다. 사대부들은 넉넉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모자를 관리하는 방법, 빨래하는 법, 풀 먹이고 다림질하는 법 등을 익혀 복식을 관리함으로써 사대부가로서의 격조와 품위를 지켜나갔다.

풍석 서유구가 쓴 '임원십육지'에는 여러 가지 관건과 함께 립과 망건의 세탁법까지 자세히 적혀있어 복식 관리법에 관한 그의 풍부한 지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세세하게 적힌 세탁법은 오늘날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기발하고 다양하다. 남녀의 내외를 엄격히 구분했던 조선시대에 ‘빨래는 여자들이 하는 것’이란 통념을 깨고 있는 것이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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