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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재환 칼럼> 그늘 한 점 없이 '속이 꽉 찬 대한민국'을 염원하며

  • 2017-01-27 05:03|노재환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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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환 헤럴드경제 G밸리 논설위원

[헤럴드 지밸리 = 노재환 논설위원 기자]요즘 식당가에 들어섰다 하면, 옆 테이블이건 앞 테이블이건 상관없이 여지없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앞당겨진 대선에 관한 얘기다. 술자리를 빌어 맞장구를 치다가도 어느 샌가 돌연 옥신각신 자신의 말이 옳다며 서로 언성을 높이는 것 또한 흔한 풍경이다.

사실 필자에게 있어 이러한 풍경은 익숙하다. 지금처럼 제3의 입장이 아닌, 안타깝게도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내일을 걱정하면서도 피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술자리였다. 건강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누구든 한두 번쯤 경험해 봄직한 취중 폭언을 들으면서 모욕감에 단호히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금주를 다짐한 지도 어느새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휴대폰은 여전히 술자리 요청으로 시끄럽다. 이런저런 핑계 대보긴 하지만 거절하는데 있어 진땀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난코스다.

그러고 보니 술이란 녀석은 참 웃긴 녀석인 것 같다. 적당히 즐긴다고 여겨도 마시다보면 통제력 상실은 기본이요, 술로 인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반복되며 결국은 동석한 지인과의 관계까지 멀어지는 경험을 맛보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영란법과 얇아진 지갑으로 인해 술 문화가 건전해지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돌이켜 보면,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각박한 세상살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고 믿었으니 말이다.

적당히 마시면 문제가 없으련만. 늘 그렇게 마신 한 잔 술이 두 잔이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술이 술을 먹고, 기어이 사람이 술을 먹은 것이 아닌, 술이 사람을 삼키며 기분 좋아 마신 술이 어느 순간 비방 섞인 말과 함께 언성을 높이기까지. 사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이러한 모습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꼭 닮았다.

언제부턴가 자고 일어나면 연일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소식이 눈과 귀를 안타깝게 한다. 어느새 안타까움은 도를 넘어 영화 같은 현실에 화까지 치밀어 오른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가 계속해서 하강곡선을 그으며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거시적인 면과 미시적인 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면 개인은 거시보다는 미시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미시적인 입장에서 과연 나약한 개인 즉 국민은 한 가닥 해법 내지는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해법은 올바른 지도자의 역할에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사회상은 결국 씨줄과 날줄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 개개인의 의지와 바른 눈이 보태져 엮어 나가야만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이와 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게 우리의 힘으로 현명하게 판단하고 일궈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은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4말5초(4월말~5월초)라는 벚꽃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선이 점쳐지고 있고, 그 대선의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지도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바뀌고, 국가의 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절감한 사람들이라면 국민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것이다.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고 여겼던 경제적 풍요가 정치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뼈저리게 깨달은 시기였기에. 지도자를 뽑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도덕성이다.

필자는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라는 말을 곁들여 보고자한다. 바르지 못한 사람들은 떨어뜨리고 바른 이들을 뽑아 정치가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파사현정이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을 가진 불교용어다.

정치란, 바르지 못한 사람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올바른 지도자가 어리석은 백성들을 지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의 정치란 그 반대에 서있다.

우리는 지금껏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오로지 재산을 축적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국민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는 자들을 지도자로 받들어야 하는 고단한 국민 노릇을 해왔다. 도덕적 지도자를 기다리는 것은 일반 백성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지만 요순시대라는 전설적인 시절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얘기다.

지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언제부터인가 교육 현장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고, 가정 경제 또한 붕괴 직전에 처해졌다. 땀 흘린 만큼의 인푸트(input)와 아웃푸트(output)가 정확하지 않은 대가는 팍팍한 삶으로 이어졌고 너나 할 것 없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재산이 수백억을 늘렸다는 얘기, 돈 봉투가 오고갔다는 얘기들로 시끄럽다. 그 많은 부는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누군가 가지게 되면 누군가는 잃게 되는 게 세상 이치다.

아이들이 분노하고 잘못 되는 데는 대부분 어른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잘못된 어른이 아이를 바르게 이끌 수 없듯 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위의 물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이지 못한 데 아랫물 인들 바르게 자라겠는가.

양지바른 곳에서 자랐으나 물이 없어 말라죽고, 빛 한 점 찾아보기 힘든 음지에서 자라다 눈에 띄지 않는 소외된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잡초처럼, 바로 서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한편, 바른 기운은 돕고 삿된 기운은 제거해 치료한다는 뜻으로 한의학에도 파사현정과 비슷한 용어로 ‘부정거사(扶正祛邪)’란 말이 있다. 바른 기운은 우리 몸의 생기인 정기신(精氣神)을 말하는 것이고, 삿된 기운은 잘못된 음식과 기거나 감정의 조절 장애 그리고 건강을 해치는 외기를 일컫는 말이다.

한의학의 원전인 내경에서는 부정거사의 방법으로 헛되고 사사로운 것, 도적질 유행풍속은 피해야 하고 편안하고 담담하며 비우고 없애는 마음을 유지하라고 했다.

남과의 경쟁만을 강조하다 보면 같은 생명을 가진 귀한 존재를 알지 못하게 된다. 스승은 본래 남과 내가 하나임을 가르쳐야 참된 것이라고 했다. 늘 지극한 마음으로 자식을 바르게 자라도록 양육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을 바른 사람으로 교육하는 진정성 있는 스승의 마음으로, 그늘 한 점 없이 속이 꽉 찬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을 귀하게 여겨 바른 정치를 펼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기를 간절함을 담아 염원해 본다.


fanta73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