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례적인 비밀접촉 일방공개와 관련, 남북 간 상호 불신의 벽을 확인한 만큼 당분간 관계 개선과 정상회담 성사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또 비밀접촉 공개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정학적ㆍ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의 ‘대내외 명분쌓기’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향후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 대북 정책의 투명성ㆍ유연성과 함께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2일 “현 정부의 확고한 대북 원칙을 잘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찔끔찔끔 대화하기보다는 대화 단절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 측에 돌리는 대내 단속용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쪽에서 얘기가 나온 것과 대응 자체도 강한 톤으로 얘기한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와는 임기 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라며 “특히 실명까지 거론한 것을 보면 향후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각오까지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렇게 진행 중인 중대 사안을 폭로한다는 건 그만큼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이대로라면 정상회담과 관련한 추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 양 교수는 “이번 일로 남북한 모두가 패자가 됐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곧장 정상회담을 재추진하는 것보다는 민간급 교류나 인도적 차원의 지원, 적십자 수준의 실무회담 등 상향식 회담을 추진하면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며 북한도 의미 없는 폭로전을 멈추고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통일부보다는 국정원 중심의 대북정책을 펴면서 투명성 등에서 일부 떳떳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통일부와 북측의 통일전선부 간의 ‘통통라인’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대북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우리 측이 먼저 대화하자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한다든지 주변국 중재를 통해 대화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옵션이 별로 없다”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로 남북 대치관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임기 후반 한반도 구상과 정국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면 저축은행 등 최근 국내 상황에 더해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