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격노하게 만든 삼성테크윈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 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 측은 오창석 사장의 사표가 최고경영자(CEO)로서 관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지 개인 비리와 연관된 것은 아니며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이 군에 납품하는 ‘K-9 자주포’의 결함 등 방산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K-9 문제가 경영진단을 촉발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경영진단이 실시된 계기가 K-9 자주포 문제에서 비롯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등에 배치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 6문 가운데 절반만 정상 작동했고, 앞서 8월엔 K-9의 조향 장치가 반대로 작동하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일이 잇따르자 올 2월말 삼성 미래전략실 감사팀이 삼성테크윈 K-9자주포 공장 등에 들이닥쳐 부품 조달 및 납품 등의 업무를 낱낱이 파헤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영진단팀은 경영진단에서 K-9 자주포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을 일일이 접촉해 납품 과정에서 테크윈 관계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K-9 자주포가 자주 사고를 내거나 작동이 안 돼 부속품에 하자가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했다”며 “경영진단은 부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정 사례 등을 집중적으로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삼성그룹의 경영진단팀은 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단을 실시했으며 K-9 자주포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공장 운영 및 납품 행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하도급 및 협력업체 관계자로부터 향응이나 골프 접대를 받았던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도 상당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부정의 내용 등을 일일이 말하기는 어려우며 그냥 짐작하면 된다. 사회 통념상으로 (부정의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고 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그간 웬만한 잘못이나 실적 부진은 즉각 조치하기보다는 정기 인사 때까지 기다렸다 ’모양새 있게‘ 내보내는 인사스타일을 견지해왔다. 열심히 일하려다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격려해야 한다고 이 회장 스스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의 본질‘을 일탈한 중대한 잘못이나 윤리관 자체를 의심케 하는 부도덕한 행위에는 가차없는 잣대를 들이댄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삼성테크윈의 경우도 ’납득가능한‘ 잘못이 아니라 ’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대 비리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김대우 기자@dewkim2>김대우기자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