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군기지 화학물질 매립 사건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등이 제기한 미군기지 환경오염소송에서 모두 국가가 패소해 20억여원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협정으로 미군기지에 대한 접근권이 차단된 상태에서 신속한 조사가 어렵고, 미군기지에서 환경사고를 내더라도 미군측으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10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1990년 이후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피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년 SOFA 협정 관련 미군기지 환경오염소송은 모두 7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국가가 패소했고 나머지 4건은 1심이나 2심이 진행중이다. 소송은 대부분 유류오염과 관련해 해당 지자체가 제기한 것으로 이중 3건이 용산기지, 2건이 군산 미공군기지이고, 파주 및 원주미군기지 각각 1건씩으로 조사됐다.
서울 녹사평역 유류오염 및 캠프킴 유류오염 손해배상 등 7건 소송가는 총 31억5677만원으로 이 중 국가가 패소한 3건의 소송가 20억5699만원은 국가가 모두 배상했다. 주한미군에 구상권을 청구해 지급받은 배상금은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서울 녹사평역 유류오염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서울시에 18억2031만원을 지급했고 원주 캠프 롱 기지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구상금으로 원주시에 1억5848만원을 지급했다. 군산 미공군기지 기름유출사건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7800여만원을 배상했다.
주한미군기지는 SOFA 협정에 의해 미군이 배타적으로 사용, 통제할 권한을 갖기 때문에 환경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조사권이 없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기지 밖까지 영향을 미치는 환경사고가 발생할 경우 미군이 원칙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기름띠 등을 확인한 주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미군이 오염 정화 범위를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으로 한정하고 있어 국내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한 추가 정화 비용은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하는 실정이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 미군기지 이전, 미군기지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사용의 문제 등 애물단지 미군기지에 대해 우리 정부가 거의 모든 책임을 지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평등한 SOFA 협정의 개정 등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녹색연합에 따르면 91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100여개 미군기지에서 벌어진 기름유출, 불법매립, 무단방류 등 환경사고가 모두 47건에 달한다. 토양과 지하수를 직접 오염시킨 경우 외에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사격장주변 소음피해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대우 기자@dewkim2>김대우기자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