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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의 ‘核’이 된 한반도…정치적 ‘치킨게임’
지난 25일 정오 무렵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25m 떨어진 비무장지대(DMZ) 내 웰렛 최전방 초소(OP). 북한쪽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갈색 가죽점퍼를 입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쌍안경으로 북측을 응시했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정승조 합참의장 등 한미 주요 군 수뇌부가 군복을 입은 채 호위했다.

같은 시각. 평양 김일성 광장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당ㆍ군ㆍ정 수뇌부를 모두 대동하고 10만여명의 군인과 시민 앞에 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을 맞아 열린 ‘중앙추모대회’ 동안에는 3분간 추모 묵념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오바마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같은 사이렌 소리를 들었지만 생각은 달랐다. 이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서울행 전세기에 올랐다. 그동안 ‘잽’을 주고받던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울에서 회심의 강펀치를 날리려 하고 있다. 북한 핵, 로켓발사, 탈북자, 이어도 문제 등 서로 비켜갈 수 없는 ‘정치적 치킨게임’의 무대가 서울이 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情)’을 나눈 한ㆍ미 정상은 지난 25일 무려 3시간여를 함께 하며 북한과 중국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로켓발사를 예고한 북한에게 “잘못된 행동은 보상받지 못할 것” “(과거의 잘못된) 패턴을 단절하겠다”며 ‘분명하고’(clear) ‘단호하고’(firm) ‘정확한’(precise) 대응을 명확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총구는 중국으로도 향했다. “중국이 우려 사항을 북한에 전달하는 방식도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26일 오후에 만날 후진타오 주석에 대한 일종의 예비사격이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 중국과의 갈등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확실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고서는 표(票)를 장담할 수 없다. 후진타오 주석과의 개별 양자회담에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보다 강한 영향력 행사를 주문하는 동시에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미국측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전쟁과 북한의 ‘광명성3호 발사’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서울 회동은 일전일퇴의 전장터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타래가 얼키고 설켜 매듭을 풀기가 좀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뿐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치적 북한 봉쇄 작전이다. 4ㆍ11 총선을 앞둔 야권이 “안보정국을 조장한다” “북한을 고립시켜서는 안된다”며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각각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치킨게임’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을 조짐이다. 탈북자 문제나 이어도 문제 등 한국과의 마찰음은 중국으로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첨예한 주제이다. 게다가 국제사회가 한국에 동조하는 것도 마냥 두고 볼 수 없다. 이 샅바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주도권도 놓게 된다. 그만큼 중국으로서도 이번 서울 회동은 절박하다.

각국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모두 서울 한복판에 집결이라도 한 듯 서울이 국제사회의 ‘핵(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핵’을 제거하자고 모인 서울이 오히려 ‘핵’이 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고, 그만큼 서울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고농축우라늄(HEU)의 실질적인 감축 약속을 하는 ‘서울 코뮤니케’가 한반도의 긴장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멈추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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