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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택, 사실상 ‘역모죄’ 연루...재기 불가능할 듯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한 사실상 역모죄에 해당하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장성택 실각의 직접적 계기가 된 리룡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당 행정부 부부장의 공개처형 죄목은 ‘월권’과 ‘분파행위’, 그리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로 좁혀지고 있다. 월권과 분파행위도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심각한 범죄로 다뤄지지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는 북한 최고지도자를 거부한다는 의미와 동일하기 때문에 노동당 규약상 가장 심각한 범죄로 취급된다.

북한은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와 장수길이 공개처형된 지난 달 하순 이후부터 남한에서 장성택 실각설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최근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언론의 행태를 보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동신문은 4일 ‘혁명적 신념은 목숨보다 귀중하다’는 제목의 ‘정론’에서 “사람은 한번 다진 신념, 한번 맺은 의리를 끝까지 지킬 줄 알아야 한다”며 “신념과 의리를 지키면 충신이 되고, 버리면 간신이 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소개했다.

또 ‘초기 혁명활동 시기 위대한 수령님을 받들어 모신 혁명 동지들은 다 수령님보다 나이가 10~15년 위의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수령님의 위대성에 탄복해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수령을 모시는 길에서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된다’고 전했다.

다분히 북한의 2인자를 넘어 사실상 1인자라는 평가를 받던 장성택과 어린 나이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을 의식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신문의 보도와 장성택의 실각은 상관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장성택 실각 징후 내용을 공개하면서 근거로 든 1일자 노동신문 사설에서도 직접적인 표현은 등장하지 않지만 장성택이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거부하려 했음을 시사한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신문의 1일자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끝까지 빛나게 실현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은 전반부는 김정일 사망 2주기를 앞두고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승리가 다가오고 있다는 등의 현재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후반부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한마음 한뜻으로 충직하게 받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미래형으로 진행된다.

특히 “우리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며 전당과 온 사회에 오직 자기 영도자의 사상과 숨결만이 힘있게 맥박치게 해야 한다”며 “이 세상 끝까지 원수님과 뜻을 같이하고 운명을 함께 하는 김정은 시대의 열혈의 동지, 참된 혁명 전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장성택 측근 공개처형 이후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는 등 사상교육을 실시하면서 내부 동요 차단에 부심중이라고 밝히면서 근거로 든 대목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식으로 미래형으로 표현한 것은 현재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권력이탈 징후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실각이 월권이나 분파행위에 그쳤다면 2004년 좌천됐다 2006년 복권된 것처럼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와 연관됐다면 북한 체제 특성상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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