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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 e수첩>北, 오바마 앞에서 4차 핵실험?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진다는 소식입니다. 정부, 특히 국방부의 발표를 보면 그 가능성은 훨씬 높아 보입니다. 아니, 초읽기에 들어간 듯합니다.

국방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빈방문을 시작한 첫날인 23일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 결과 북한 (4차)핵 실험이 임박했으며 핵탄두 소형화도 가시화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의 이런 입장은 북한이 워낙 강한 의지를 표현한데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보름전인 6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핵.병진 노선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며 남한이든 미국이든 자신들의 갈 길을 막아서지 말라는 엄포를 노골화합니다. 지금 봐선 핵실험 관련 기술적인 준비는 완료한 것이 확실합니다.

기자는 국방부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과 판단을 이해합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재산을 책임진 입장에서 만일의 사태를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없질 않습니다. 늠름한 국방부 모습에서 자꾸 기상청이 오버랩 되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가령, 비가 온다고 해놓고 안 온 상황과 비가 안 온다고 해놓고 온 상황은 기상청 입장에선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전자는 다행스런 오보이고, 후자는 여론의 뭇매가 뒤따르는 새빨간 오보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북한이 저 거대한 불춤을 정말 국방부 판단대로 춰댈까요? 한 핏줄 한쪽에선 생때같은 죽음으로 인해 전 세계인의 애도와 슬픔이 집결되는데도 말입니다.

기자는 하지 않는 쪽입니다. 대북전문가들과 요 며칠 대화를 나눈 결과입니다. 우선 핵실험 징후가 전과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초기 의사표명 단계 때는 과거 핵실험 전조와 유사했으나 데드라인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일인 25일로 상정한다면 그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거지요.

우선 핵실험이 카운트다운에 들면 최고 지도자는 움직임이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는 군요. 숨은 그림이라도 찾아보란 듯 감쪽같이 잠적한다고 합니다. 고뇌의 찬 결단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공식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22일에는 제188공군부대 비행 훈련을, 24일에는 제851군부대 산하 여성 방사포구분대의 포사격 훈련을 참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때맞춰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역시 북한에 핵실험 징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인력과 장비 움직임이 지난 세 차례 핵실험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겁니다.

최근에 북한동향에도 흐릿하나마 뭔가가 감지됩니다. 북한은 23일 조평통을 통해 ‘박근혜에게 보내는 공개질문장’을 내고 “체제대결은 곧 전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불손한데다 비방으로 가득하지만 행간에 눈길을 가게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천암한 폭침사건에 맞대응으로 내놓은 대북경협 전면금지 조치인 ‘5.24조치’ 해제에 대한 궁금증을 보였다는 것이 그 것입니다.

게다가 같은 날 북한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위로전통을 보내왔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신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입니다. 무미건조하긴 하지만 색다른 감을 받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워낙 불가측성이 강한 북한이기에 그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이번만은 다소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합니다. 만일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직접 겨냥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됩니다. 마치 동네 골목 쥐가 잔뜩 골난 호랑이 코털을 뽑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거지요.

지금 미국 대통령의 처지가 딱할 정도로 말이 아닙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첨예한 크림반도사태를 놓고 푸틴 대통령에게 어퍼컷에 훅에 그야말로 녹다운 직전까지 몰린 처지입니다. 말발도 약발도 먹히지 않는 그야말로 국제경찰이라는 이미지는 먹칠만 당한 셈입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협의를 하고 북한에 핵실험 반대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 판국에 언감생심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 차라리 아니길 바라야겠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우리 정부도 더 이상 참지 못할 겁니다. 초상집에 불 지르는 격이니까요.

북한 입장에선 미국도 중국도 남한 쪽으로 기우니 왕따 처지가 몹시 못마땅할 겁니다. 그래서 이 때다 하고 관심끌기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경고 수위를 한껏 높일 경우, 그가 한국을 떠난 뒤 등 뒤에서 중장거리 미사일 한방을 쏘는 것으로 화풀이 할 수는 있을 겁니다. 물론 이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란 걸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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