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1955년 5월25일 결성돼 59주년을 맞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개발을 위한 해외투자 유치, 북일관계 정상화에서의 가교 역할, 그리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가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태양의 빛발따라 나아가는 총련의 앞길은 끝없이 밝고 창창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탄한 길이 아니라 유례없는 시련과 역경의 봉우리들을 끊임없이 넘고 넘으며 불패의 대오 총련은 바람세찬 이역 땅에 자랑찬 투쟁서사시를 빛나게 수놓아왔다”며 “애국충정의 모범인 총련과 재일동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조국과 인민의 커다란 긍지이고 영예”라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 조총련을 결성하고 46년간 의장직을 맡다가 지난 2001년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한덕수 전 조총련 의장의 일생을 장문의 글을 통해 조명하기도 했다.
신문은 ‘공화국을 받드는 길에 참다운 애국충정이 있다’는 기사에서 “자본주의 이역 땅에서 재일조선인들의 운명과 생활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룩하도록 이끈 애국충신인 한덕수 동지의 한생은 영광찬란한 우리 조국의 역사 속에 힘찬 고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전 의장은 1907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1927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1955년 조총련을 결성한 뒤 초대 의장을 맡아 이끌어 온 조총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앞서 23일 조총련 제23차 전체대회에 맞춰 재일동포에게 ‘축하문’을 보내 “조직 안에 주체의 사상체계, 영도체계를 튼튼히 세우고 기층조직을 더욱 강화하는데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제1위원장이 재일동포에게 축하문을 보낸 것은 지난해 9월9일 정권 수립일 이후 두 번째다.
북한이 이처럼 조총련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방하고 있는 것은 우선 경제특구 등을 통해 경제개발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총련을 외자유치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위원장이 축하문에서 “재일동포들은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에 특색 있게 이바지하며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면서 재일동포들의 재정적 후원을 독려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재정난과 조직력 약화로 조총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가혹한 시련과 도전의 광풍은 총련이 헤쳐 나가는 애국의 항로를 오늘도 끈질기게 막아 나서고 있다”면서 “죽으면 죽었지 꺾을 수 없는 것이 애국의 넋이고 다른 것은 다 버려도 피로써 지켜야 할 것이 총련이다. 시련을 일시적이며 승리는 재일동포들의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26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되는 일본과의 공식협상에서는 도쿄의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 경매 매각과 관련해 문제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일각에선 북한의 조총련에 대한 관심이 증대한 것은 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용희가 북송 재일동포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제1위원장이 2년 연속 조총련에 직접 축하문을 보낸 것과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축하문을 보낸 적이 없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