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과 내기 쉬워 납북자 문제에 의욕…뒤에선 심기 불편한 韓·美 달래기 시도도
납북자 재조사를 대가로 북한과 양자 제재 해제를 합의한 일본이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상은 지난 11일 한 방송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말로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라면 당당하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교섭에 머물지 않고 납치자 문제에 진전을 보이기 위해 북ㆍ일 정상회담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ㆍ일 교섭이 “핵무기 포기 없이도 국제 고립을 탈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가 의욕을 나타내는 것은 납북자 문제가 6자회담 등 북핵 해결 과정보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성과를 내기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한ㆍ미 양국을 달래려하고 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약 2시간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했다. 동시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이병기 주일대사를 직접 찾아와 우리 정부의 양해를 구했다. 이하라 국장은 기자들에게 “미국 측도 일본의 방침을 깊이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핵위협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 6자 회담 당사국이 긴밀하게 접촉·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 했다.
미국은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 회의에 참석했던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급히 일본으로 보내 아베 정부 설득에 나섰다. 대화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북ㆍ일 교섭은 북한이 약속을 지킬지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하며 제재 해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