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인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막이 오른 가운데 북한이 월드컵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정대세와 홍영조를 앞세워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무려 44년 만에 세계축구 메인무대에 재등장했다. 당시 브라질과의 예선경기에서 북한 국가가 연주될 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정대세는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는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도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에서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남의 잔치’를 바라보는 이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유엔대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 모여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를 갖는 순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북한의 리동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리 차석대사는 행사장에 온 이유에 대해 “출전여부를 떠나 월드컵에는 누구나 높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평가받지만 월드컵에 있어서만큼은 놀랄만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2005년 3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 이란의 아시아지역 예선경기가 북한의 0-2 패배로 끝나자 수천명의 북한 관중들이 판정에 항의하면서 심판과 이란 선수들을 향해 물병과 의자를 투척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만 북한의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축구 역시 최고지도자의 권력강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북한 축구대표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찬양가인 ‘발걸음’을 제창해 월드컵을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강화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과 북한 중앙방송위원회(KRT) 방송중계권 합의에 따라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할 수 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