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서해와 남해에 걸쳐 해양 경계를 정하기 위한 한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작년 말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이어 영토와 영해 등에서도 이른바 ‘핵심이익’을 챙기려는 중국의 거센 공세가 우려된다.
1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ㆍ중 양국은 지난 13일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비공개 예비회담을 열었다. 강정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어우양위징(歐陽玉靖) 중국 외교부 변경해양사무사 사장(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논의 일정과 개괄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한ㆍ중 양국의 해양경계 획정 담당 국장이 만난 것은 2011년 비공식 회담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중첩되는 배타적 경제 수역(EEZ)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부터 국제법률국장(옛 조약국장)간 해양경계 획정 회담을 거의 매년 개최해 왔으나 중국이 육지와 해양의 영토 분쟁을 전담하는 변경해양사무사로 관련 업무를 이관한 2009년 이후부터 논의가 뜸해졌다. 이에 2012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해양 경계 획정 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짓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어도 해역을 포함한 서해와 남해에서의 양국 해양경계를 확정하기 어려운 것은 양국 사이에 놓인 해역의 폭이 최대 280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대 200해리까지 연안국이 설정할 수 있는 EEZ의 대부분이 중첩된데다 한번 정해진 경계는 영구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양국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각국 영해 기선상의 가장 가까운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중간선’을 경계로 하자고 주장하는 한편, 중국은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인 ‘대륙붕’에 기초해 전체 해안선의 길이와 거주민 수 등에 비례해서 경계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01년 4월 5일 체결된 한ㆍ중어업협정은 EEZ 경계를 확정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인정, 그전까지 EEZ 제도의 적용을 유보하는 잠정조치수역을 설정했다. 이 수역에서는 양국의 어선이 비교적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고, 양국이 자국 어선에 대해서만 단속권 및 재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역의 광물ㆍ에너지 자원의 개발 등 핵심적인 권한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 되지 않은 만큼 동중국해에서의 자국 이익을 강하게 주장해 온 중국이 향후 회담에서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설치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자국의 대륙붕에 대한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에 우리 정부도 한반도에서 시작된 대륙붕이 마라도 이남 동중국해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강조, 이에 대한 권한을 UN에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한ㆍ중 간 경계 획정에 합의된 기준은 향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경계 획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사군도 등을 두고 주변국과 갈등을 빚는 중국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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