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외교부 내 연구교육기관인 국립외교원이 지난 16일 ‘2040 통일 한국 비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정부의 통일 정책을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 간 주도권 다툼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2040~2050년 이후 통일 한국이 가져야 할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통일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이 보고서의 작성이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는 국립외교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통일 정책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발표 직전까지 몰랐다는 점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보고서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초안 수준 보고서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보고서는 책자 제작 과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소외 의혹에 대해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공식 정책 보고서가 아니라 일반에 모두 공개하는 공개자료까지 부처 간에 통보하고 만들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지난 2월 국립외교원, 통일연구원, 국방연구원이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부처간 장벽 허물기를 추진한 정부 기조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보고서는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등 자칫 북한이 우리 정부의 통일 노선을 ‘흡수통일’로 오해할 수 있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이 5만4000달러 까지 상승할 것이라거나 통일 이후 군대 규모가 35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그 근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통일부 안팎에서는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시점에 장밋빛으로 가득찬 보고서가 무슨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등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같은 불만의 이면에는 외교부가 최근 평양 주재 공관을 둔 국가와의 협의체인 평화 클럽이나 독일과의 통일외교협력자문위원회 설치를 단독으로 추진하는 등 통일 정책 전면에 나선 반면, 통일부는 국가안보실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등 소외당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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