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당국 교섭을 이어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의 급작스러운 스커드 미사일 발사에 당황한 모습이다.
29일 새벽 북한이 원산 인근에서 동해 방향으로 스커드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하자,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즉시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국가안전보장국장 및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내각 위기관리감 등을 불러 “미국, 한국 등 관계국과 연대해 정보를 수집ㆍ분석하고 항공기 및 선박의 안전을 철저히 확보한 뒤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30일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상 등과 향후의 대응을 협의했다.
아베 총리가 북한 유도 미사일 발사에 서둘러 대응하는 것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ㆍ일교섭과 관련이 있다.
1998년 북한이 쏜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후 북한 미사일과 핵무기, 화생방 무기 등은 일본 국민이 가장 두려워 하는 안보 위협으로 대두됐다.
납북자 문제 해결을 발판 삼아 북일 관계 정상화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 내려던 아베 총리로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대북 제재를 해재해봐야 미사일로 돌아온다”는 역풍을 맞을 것이 자명하다. 이제 와 교섭을 중단하자니 한ㆍ미ㆍ일 3국 공조를 깨뜨려가며 정치 쇼만 벌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북ㆍ일 간에는 신뢰가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따라 일시적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어도 최종적인 결과물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외교가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여전히 북ㆍ일 교섭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7월 1일에 개최될 예정인 양국 정부간 협의에 대해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정부간 협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관방장관 역시 여당인 자민당 내 강연에서 “(협의는) 현 시점에서는 예정대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북조선에 결의를 준수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아베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짧아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일본을 겨냥한 것이 아닌 한ㆍ중 정상회담 견제 용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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