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성장가능성은 있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벤처기업가를 위해 만들어진 국가의 정책자금이 정작 기존의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돼 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감사원이 30일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중소기업청, 기술보증기금(기보),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을 상대로 ‘창업 및 벤처기업 지원·육성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감사원이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기보가 신규보증을 해준 업체의 재무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전체 6만7천584개 업체 중 3만8천292개(56.7%)가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A, B등급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보는 또 재무우량 기업에 대한 보증은 매년 늘리고 기술력이 우수해도 재무신용이 낮은 기업에 대한 보증은 매년 줄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보가 보증잔액을 보유한 A등급 회사의 경우 2008년 보증잔액 2조1613억원(2613개사)에서 2012년 4조3840억원(1만126개사)으로 102.8% 늘었다.
반면 C등급의 경우 보증잔액은 2008년 1만3155개 기업에 3조8782억원에서 2012년 6637개 기업에 2조5768억원으로 33.6% 줄었다.
감사원은 2012년 기보에 보증신청을 했으나 단순히 재무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신청단계나 예비검토 단계에서 기술평가도 받아 보지 못하고 보증이 거절된 업체는 5290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정책자금과 은행권 지원자금이 중복으로 제공되어온 사실도 적발됐다.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6천개 업체와 은행권 자금을 지원받은 4만9천개 업체를 비교한 결과 379개 업체가 340억원을 중복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보, 기보 등은 회사운영에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지원해야 함에도 기업의 보증채무 기록을 장기간 공유하면서 보증금지·채권시효 연장 등의 방법으로 기업인의 재기를 막아오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아울러 기보와 신보가 마련한 ‘재도전 기업주 재기지원보증 제도’에 대해 정작 재도전 기업가들은 기술평가도 받지 못한 채 접수단계에서부터 보증을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불공정거래 관행인 이른바 ‘꺾기’를 강요한 정황도 적발했다.
중소기업이 발행한 상환우선주(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투자한 대가로 얻는 주식)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성격을 지닌 것인데, 감사 결과 2011∼2013년 중소기업이 산은과 기은을 통해 발행한 1천273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 중 72억원은 산은과 기은의 예금·적금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중소기업들은 이 돈만큼 추가 대출을 받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물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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