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일본의 전후 70년만에 이뤄진 전쟁할 권리 선포 이후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동북아시아 외교무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을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의 협력관계가 삐걱거리고 우호관계였던 북한과 중국이 소원해진 반면, 적대관계였던 북한과 일본이 대화에 나서고 한국과 중국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등 기존의 외교지형도와 사뭇 달라진 양상으로 펼쳐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북아 외교지형도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협력하던 질서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토대로 정치·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방안과 북핵문제, 그리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중 양국이 일본의 퇴행적 과거사 인식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공유해온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선언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주석 방한에 앞서 “중·한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모두 일본 군국주의 피해자이며 일본 역사 문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급성장한 경제교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정치·군사교류 탓에 ‘정랭경열(政冷經熱)’로 표현되던 한중관계가 대일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일관계는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정부 차원에서 검증에 나선 일본의 퇴행적 과거사 도발로 인해 역대 최악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대하는 중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도 미묘한 변화상이 감지된다. 국공내전과 6·25전쟁 상호 지원으로 혈맹관계를 유지해왔던 북중관계는 예전만 같지 못하다. 중국은 올 상반기 대북 원유수출을 중단하는 등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해 대북 압박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도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등 지나친 중국 의존 탈피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반면 북일 사이에서는 대화기류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일본은 4일 우리의 국무회의격인 각의를 열고 일부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해제할 예정이며, 북한 역시 일본인 납치문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일본측에 적극 설명하는 등 관계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최근의 동북아 정세와 관련, “각국의 행보는 냉전시대에 짜여진 국제관계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은 매우 많이 달라졌다”며 “동북아 정세가 예전에 비해 훨씬 복잡해지고 더 많은 변화요인이 생겼는데, 각국의 정책이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한동안 이러한 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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