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4일 강원도 고성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벌어진 방사포와 해안포 사격훈련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탄도미사일과 단거리발사체 발사현장을 잇따라 찾고 있는 김 제1위원장이 휴전선 코앞 최전방까지 내려와 무력시위를 펼친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제171군부대의 포 실탄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매체들이 통상 김 제1위원장의 일정을 이튿날 공개한다는 점에서 이날 보도는 전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100여발에 이르는 방사포 및 해안포 도발을 가리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감시소에 올라 훈련 진행계획과 방사포들의 배치상태를 요해하고 지적된 화력진지를 신속히 차지할 데 대한 명령을 하달했다”며 “쌍안경으로 군인들의 전투동작을 주의 깊게 본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화력타격순차와 방법, 목표를 정해 사격명력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순간 원수격멸의 의지로 응축됐던 우레와 같은 폭음이 최전연 산발(산줄기)들을 타고 울려 퍼지고 전장을 방불케 하는 자욱한 포연이 영웅고지 351고지를 감싸안았다”면서 “번개같은 섬광 속에 시뻘건 불줄기들이 날아갔으며, 포탄들이 해상에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고 물기둥들이 치솟아 올랐다”고 묘사했다.
김 제1위원장은 훈련에 만족을 표시한 뒤, “최전연 화력진지들에서 울린 명중포성은 원수들에 대한 인민군장병들의 서리 찬 증오와 분노, 참을 길 없는 보복일념의 폭발”이라며 “우리 인민이 강성국가 건설을 힘 있게 다그칠 수 있는 것은 인민군장병들이 불타는 조국애와 애국심을 안고 조국의 초소들을 철벽으로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코 앞에 남조선 괴뢰군 깡패무리들이 우글거리는 최전연 초소까지” 직접 찾아왔다면서 “적들의 그 어떤 불의의 침공도 일격에 격파할 수 있게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튼튼히 준비돼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김 제1위원장의 이날 최전방 사격훈련 참관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박정천 부총참모장 겸 화력지휘국장이 수행했다.
한편 북한이 국방위 특별제안과 정부성명 등을 통해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최전방에서 사격훈련을 벌이는 등 위협수위를 고조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로 하여금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냉온 병행 전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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