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한국과 북한이 일본을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한국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매개로 한ㆍ미ㆍ일 3국 공조의 틀 복원에 나선 한편 북한은 납북자 문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여념이 없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17일 일본을 방문, 일본측 카운터파트인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회동을 갖는다.
취임 이래 일본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황 본부장이지만 단순한 상견례 차원의 만남은 아니다. 이미 양측은 지난 4월 세 차례나 만나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해 논의했기 때문.
황 본부장은 방일 목적에 대해 “핵ㆍ미사일 문제 뿐 아니라 북ㆍ일교섭을 포함한 북한문제 전반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조건을 북한이 마련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일본과 북핵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는 이뤄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핵심 의제는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과 납북자 문제를 둘러싼 북일 교섭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저지하기 위한 공조를 요청하면서 북ㆍ일 교섭의 결과로 일본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주요한 안보 위협으로 여겨지는 탄도 미사일 문제를 북ㆍ일 교섭과 연계시키는 전략이다.
반면 북한은 미사일 문제와 납북자 재조사를 ‘별개의 문제’라며 일본을 껴안고 있다. 강석주 북한 노동당 비서는 최근 방북한 안토니오 이노키 의원 등 일본 인사들에게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대항수단이며 일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일본 내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그러면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4일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미국이 일본에 대해 북조선과의 대화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모종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는 북ㆍ일 관계 개선이 저들 주도의 침략 동맹을 강화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타산한 데 있다”고 비난했다.
일단 일본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강 비서의 발언에 대해 “분석 중이지만 (정부 견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삼가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14일 북한의 방사포와 해안포 발사에 대해 “일본을 겨냥한 위협이 아니다”며 납북자 재조사는 계속할 뜻을 비쳤다.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아베 정부는 국내 정치적 파급력이 큰 납북자 문제에 좀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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