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지난 17일이던가요. 독일이 G조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4대0으로 완파한 뒤 라커룸(탈의실)로 찾아가 인증샷을 해 화제를 잔뜩 뿌리기도 했습니다. 웃통을 훌러덩 벗은 선수도 땀 닦은 수건을 목에 걸친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엄마 같은 총리의 깜짝 방문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독일이 조별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4대0으로 완파하자 탈의실을 찾아 격려하는 메르켈 총리 |
MBC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김성주 아나운서가 브라질 현지에서 보낸 글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축구사랑, 아니 진정어린 애국심은 그대로 묻어납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 직전, 독일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기 전에 미리 VIP석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가더니 난간을 붙잡고 상체를 숙여가면서 아래쪽을 애써 살피더랍니다. 조금이라도 독일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겠지요. 고상하고 근엄한 자세로 권위만 잔뜩 내 풍기는 여타 지도자들과는 사뭇 다르게 말입니다.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다시 대표팀을 찾아 축하 인증샷한 메르켈 총리 |
그러고 보니 메르켈 총리의 별명 하나가 생각납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엄마’의 애칭인 ‘무티(Mutti)’로 통합니다. 여성총리라서 붙여진 것만은 아닐 겁니다. 사실 메르켈 총리의 내공은 남다릅니다. 지난해 독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3선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리더십 덕에 2008년 남유럽 발(發) 재정위기 통에서도 실업률 6.8%선에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유럽연합(EU)의 맹주로 거듭 난 독일입니다.
‘승리의 여신’으로 통하는 그지만 사연 또한 많습니다. 자녀 없는 독신 이혼녀에다 동독 출신이고 또 평민의 딸로 이공계 출신입니다. 비주류 중에서도 뒤쳐진 듯 하는 처지의 한 여인이 독일 사상 최초의 여성총리에 최연소 여성총리, 그리고 최장수 여성총리라는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독일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기쁘게 맞이하는 메르켈 총리(다섯번째 만남) |
신비의 리더십은 바로 ‘포용’에서 나온다는 게 정설입니다. 작년인가 CNN은 메르켈의 포용력을 ‘폐기된 원자력발전소까지 끌어안는 능력’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메르켈의 반대편인 녹색당의 최대 현안이 핵 폐기라는군요.
메르켈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교롭게도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여성 정상으로서 임기역시 2017년까지 똑같습니다. 이공계 출신인데다 보수정당의 대표라는 점, 승리를 부른다는 점 등이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소통과 포용의 차이입니다. 안타깝고 또 부러운 대목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두 살 정도 많은 메르켈 총리와 박 대통령은 햇수로는 14년 지기로 정치적 동지나 마찬가지입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인 2000년 10월 독일에서 당시 기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남 이후 지난번 드레스덴 선언을 했던 독일 방문이 다섯 번째 만남입니다.
독일 방문 때 드레스덴공과대학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인 ‘드레스덴선언’을 하는 박 대통령 |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건 1989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올해로 장벽붕괴 25주년입니다. 내년은 통일 25주년입니다. 묘하게도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업무를 총괄할 통일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멤버들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드레스덴 선언 후속조치를 하나둘 씩 실천하겠다고 거듭 다짐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가 과거 1970년대 농촌부흥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을 북한에 전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 내 ‘복합농촌단지 조성 사업’이 그 것입니다.
기자도 어제 관련 기사를 큼지막히 썼습니다만, 이제 남북관계에 서서히 시동이 걸리려나봅니다. 이럴 때 남북의 권부 공히 메르켈의 리더십, 소통과 포용을 본받았음 합니다. 운명처럼 찾아드는 교류와 화해 협력의 분위기, 8월이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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