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대회 최고의 흥행카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참석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북한은 지난 17일 남북실무접촉 결렬 이후 아시안게임 참가를 놓고 엇갈린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먼저 긍정적 메시지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 제1위원장이 남자축구대표팀과 북한군 소속 제비팀과의 경기를 관람한 뒤, “우리 선수들이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북남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고 불신을 해소하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북실무접촉 결렬에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인 김 제1위원장이 아시안게임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응원단은 몰라도 적어도 선수단은 파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제1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에는 북한의 남북관계 핵심인물이자 건강악화설이 나돌았던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수행하면서 100여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북한은 부정적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북한은 남북실무접촉 결렬 이후 연일 각종 매체를 동원해 남측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조선중앙TV는 20일 실무접촉에 나섰던 북측 대표들을 출연시킨 가운데 ‘북남실무회담이 결렬된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에 있다’는 제목의 특별편성 좌담회를 방송했다. 북측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실무접촉이 결렬됐다면서 남한 당국이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남북실무접촉 이튿날 남측이 응원단 규모와 체류비용 등과 관련해 부당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대회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아시안게임 보이콧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비난을 재개하고 나섰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전군 주요지휘관과 가진 오찬 등을 거론하면서 “박근혜까지 괴뢰군부 깡패두목들을 청와대 안방에 불러다놓고”, “박근혜가 여기저기 푼수 없이 돌아치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헐뜯어대는 것”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우리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장 추가 실무접촉을 제의할 생각은 없다”며 “우리 입장은 일단 지켜본 뒤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불신이 워낙 깊은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을 둘러싸고 장외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며 “북한이 추가접촉을 제안하거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북 모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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