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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恨반도 또 당할텐가
中 해양대국 야심 vs 日 대륙정벌 야욕
美·러 가세한 ‘21세기 청일전쟁’ 긴장감
다시 격랑의 한반도…그 운명은?


1894년 7월 25일 조선 아산만 풍도에서 일본 순양함 요시노 호의 함포 소리로 시작된 청일전쟁은 일본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19세기 초반까지 이 지역을 지탱해 오던 중국의 압도적인 패권이 허물어지자 권력의 진공 상태를 노린 일본과 러시아, 영미 제국 등 열강들의 주도권 다툼은 수차례의 전쟁을 불러왔다. 이 과정에서 피를 흘린 것은 조선을 포함한 식민지 국가들의 민중이었다.

역사학자 E.H. 카아는 저서 ‘20년의 위기’에서 “극단적인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에 매달렸던 각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1차세계대전이 끝난지 20년만에 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다시 발발했다”고 지적했다. 전쟁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비극은 반복된다는 통찰이다.

120년이 지난 오늘,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다시 전쟁 직전의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우익 세력은 “중국과 제2의 청일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중일 전쟁의 시발점이 된 7ㆍ7 사변(노구교 사건) 77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러 이에 맞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120년 전 청일전쟁 때 양국은 서로 도왔다“며 “항일전쟁 승리와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르자”며 한국을 또다시 중ㆍ일 경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미ㆍ중 간 6차 전략경제대화(S&ED)에서 벌어진 양국 간 설전은 중ㆍ일 간 대립 뒤에 미국과 중국으로 각각 대표되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경쟁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해양세력이 중국으로 밀려오는 것을 막는다며 오히려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다. 1차적으로 동ㆍ남중국해의 해상교통로를 포함한 ‘제1도련선’으로의 미국과 일본의 접근을 막고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의 해양 거점을 이은 ‘제2도련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첨단화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거기에 ‘상하이 협력체제’를 통해 러시아와 손잡고 각각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에 대응하는 분업체제도 갖췄다.

미국의 대응전략은 ‘합동작전(JOAC)’으로 압축된다. 아ㆍ태지역 내 미국의 전력을 위협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육ㆍ해ㆍ공 합동 작전으로 제압하고 한국과 일본, 아세안(ASEAN)을 끌여들여 합동으로 중국을 포위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적극 호응해 자위대를 미군과 동등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진짜 군대’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120년 전처럼 한반도가 ‘남의 전쟁터’가 되는 것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한국이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도입해 대 중국 포위망에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중국은 한ㆍ미ㆍ일 3국 공조를 뒤흔들기 위해 역사와 영토 문제를 미끼로 한국을 유혹한다. 그러나 자신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통일은 반대할 기세다. 혼란한 틈을 타 독도를 침탈하려는 일본의 야욕도 계속되고 있다.

혼란한 역사의 파고가 국가를 엄습할 때 ‘주권’과 ‘국익’은 정치 지도자의 마음 속에 흔들리지 않는 등대가 돼야 한다. 120년 전 지배자들은 기득권 경쟁에 몰두하다 망국의 운명을 막지 못 했다. 나아가 밀려오는 파도가 높을수록 그것을 넘기 필요한 것은 끊임 없이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통찰력’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유연성’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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