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주한미군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에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한미 양국은 설명하지만 중국 및 러시아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24일(현지시각) 발표한 논평을 통해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에 ‘사드(THAAD)’를 배치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주목한다”며 “앞서 한국 지도부가 자력으로 예견되는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비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며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는 미국의 전지구적 MD 시스템 전개 지역의 추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이 지역에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으며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도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평은 또 “한국 정부가 이러한 행보의 예견되는 결과를 자국 안보적 측면 등의 차원에서 면밀히 고찰해주길 기대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러시아의 이날 논평은 우리 정부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를 자체 개발하는 대신 미국이 주도하는 MD 체제로 편입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앞서 한 국방장관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본국에 요청한 데 대해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억제하고 한반도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같은 날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MD에 대해 강경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것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미국 정부)는 다양한 다른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배치라는 것. 그러면서 “우리는 실질적으로 러시아와 미사일 협력을 해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드는 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40~50 km의 높은 상공에서 직접 요격할 수 있는 미국 MD 체계의 핵심 시스템이다. 그동안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방어는 미사일이 지표면으로 돌입하는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맡아온 만큼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노동 미사일의 발사 궤도를 올려 패트리어트 요격을 피할 경우 사드가 요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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