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변하지않는 핵심 키워드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처럼 과거는 비슷한 모습으로 현재에 반복되곤 한다.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403~221년)는 비열한 권모술수, 인간의 사악함, 약자의 무력함을 종합적으로 보여준 중국사의 대표적인 혼란기다. 생존을 위한 전략이 필수였던 시대였다. 전국시대를 풍미한 전략인 ‘원교근공(遠交近攻)’과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여전히 외교와 전쟁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종횡가(縱橫家)의 범수(范睡)가 진(秦)의 소양왕(昭襄王)에게 제안한 ‘원교근공’은 먼 나라와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소진(蘇秦)은 ‘합종’을 주창하며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진을 제외한 6국을 설득해 종적(縱的)으로 연합시켜 공수동맹을 맺게 했고, 장의(張儀)는 진을 섬겨 실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6국이 진과 개별적으로 횡적 동맹을 맺는 ‘연횡’을 성사시켰다.
이처럼 전략을 통해 강대국에 맞서고 힘의 열세를 메우는 사례는 여전히 많다. 냉전 이후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 ‘합종’하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과 동맹을 맺고 ‘연횡’해 서로에게 외교적으로 맞서는 형세를 취해왔다. 미국의 2014 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약 4960억달러로 부동의 세계 1위다. 이는 2위인 중국의 8082억3000만위안(약 1318억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3배가 넘는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전을 벌이기 전에 유럽 국가들의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유럽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미국을 견제했기 때문이다. 이는 ‘합종’과 유사하다.
그러나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룩한 진이 2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듯이, 힘만으로 세력을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불분명한 명분을 내세웠던 미국의 이라크전은 결국 침략전쟁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전 세계적인 비난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정책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를 통해 “오늘날 진정한 힘은 군사ㆍ경제 등 물리적 요소 외에 신뢰성ㆍ정당성이라는 도덕적 요소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외교와 전쟁에 있어서 도덕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세계적인 경제 성장과 기술ㆍ정보의 확산에 따라 힘의 독점이 어려워짐에 따라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