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미국 국무부의 피터 해럴 제재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은 말레이시아 항공 피격 사건으로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동참을 촉구할지 주목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8일 “해럴 부차관보가 29일 우리 측 당국자 등을 만나 이란 및 러시아 제재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가 말레이 항공 격추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만큼 해럴 부차관보는 관련국이 제재 등 공조를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외교채널을 통해 자국의 대 러시아 제재 내용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우리 측에도 동참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16일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기업 및 방위산업체 등에 대해 독자제재를 추가로 부과한 바 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 러시아 제재 동참을 요구할 경우 에너지와 철도 산업 협력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러시아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해럴 부차관보는 정례적으로 이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온 인사”라며 “이번 논의에서도 이란 제재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문제는 부수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란 핵 문제의 경우 미국을 포함한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최근 핵협상 타결 시한을 4개월 연장하고 원유 수출 대금을 추가적으로 동결 해제하는데 합의한 것 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러 공조 문제가 중점적으로 제기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지만 제재 참여 여부 등에는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 러시아와 관계 등 여러 가지를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기본적 입장을 갖고 민항기 안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수준에서 대응한다는 전략.
한편 위성락 주러 대사는 최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한ㆍ러 관계에 대해 “양국 관계가 이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곤 말할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이것이 양국 통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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