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오른쪽)과 양동근이 있는 모비스는 늘 강하다. 시즌 초반 예상과는 달리 탄탄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의 기둥 양동근과 함께 팀을 떠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대업의 중심에 섰다. 집안 살림을 잠시 버려둔 채 바깥일(?)에 힘쓴 결과는 값졌지만 그 사이 모비스의 오프시즌은 다사다난했다. 함지훈, 박종천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했고, 로드 벤슨의 방출 사태까지 겪었다.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새 시즌이 시작됐다. 소속팀과 손발을 맞출 새도 없이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시즌을 시작하는 건 여타 대표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비시즌 동안 사령탑의 공백을 겪은 건 모비스가 유일했다. 유재학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올해는)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며 “팀을 너무 오래 비워 오히려 내가 빨리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챔프전에서 맞붙었던 창원LG와의 개막전에서 걱정은 현실로 드러나나 싶었다. 턴오버를 19개나 범하는 등 모비스의 팀플레이는 뻑뻑했다. 로드 벤슨의 대체선수로 들어온 아이라 클라크는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듯 3득점에 그쳤다.
양동근도 체력 부담이 상당해 보였다. 턴오버 4개를 범하며 9득점에 머물렀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선형은 “(양)동근이 형 경기를 봤는데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며 “어린 나도 솔직히 힘든데 형은 더 힘들 것”이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바로 다음날부터 모비스 특유의 유기적인 수비가 살아났다. 어긋났던 손발을 맞추는 데는 한 경기면 충분했다. 안양KGC와 전주KCC를 잇따라 격파하더니 오늘 SK까지 제압했다.
“얼굴이 퀭하다”던 양동근도 코트에 나서면 눈빛이 달라졌다. 서른넷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한 경기 30분 정도를 거뜬히 책임지며 팀을 이끌었다. 이날 SK전에서는 37분 34초를 뛰며 10득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유의 활동량에서 나오는 강력한 수비도 여전했다. 양동근의 활약 덕에 모비스는 SK에게 1쿼터부터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양동근은 “우승에 대한 욕심은 선수라면 누구나 있다”며 “모비스는 평가가 좋아서 우승했던 적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다부진 모습으로 프로농구 사상 첫 3연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는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이 모비스에서 호흡을 맞춘 지 10년째 되는 해다. 2004년 드래프트를 통해 양동근이 먼저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고, 그해 5월 유재학 감독이 합류하면서 ‘농구명가’ 모비스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제 고작 개막 일주일, 올 시즌 성적표를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이 두 남자가 버티고 있는 한 지난 10년간 정규리그 우승 4회, 챔프전 우승 4회(통합우승 2회 포함)에 빛나는 모비스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듯싶다.
■ 16일 프로농구 결과
- 울산모비스(3승1패) 74-64 서울SK(1승2패)
- 인천전자랜드(2승) 89-84 전주KCC(1승3패)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