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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BA] 제임스 하든, 현대 농구의 이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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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잡은 채 공격 기회를 엿보고 있는 제임스 하든. [사진=NB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현대 농구의 핵심 트렌드는 이른바 시스템 농구로 일컬어지는 ‘토탈 바스켓볼’이다. 특정 선수에 대한 아이솔레이션 의존도는 점점 줄어든 대신, 코트 위의 모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간 창출에 주력한다. 지난 3년간 골든스테이트와 토론토가 이러한 방식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구단들은 저마다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런 점에서 르브론 제임스의 원맨팀에 가까웠던 2016년 클리블랜드의 우승은 특별했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하든과 그의 소속팀 휴스턴은 토탈 바스켓볼 흐름을 보란 듯이 비웃고 있다. 올 시즌 하든은 경기당 39.5득점 7.8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눈여겨볼 사실은 그의 1대1 공격 관련 기록이다. 아이솔레이션 시도율은 40.5%이며, 이에 기반한 득점은 경기당 15.5점으로 독보적인 리그 1위이다(2위 르브론 제임스 25.3%, 경기당 6.0득점). 경기당 15득점을 넣는 선수도 흔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든의 1대1 공격 능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하든의 경이로운 1대1 능력은 힘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다. 하든은 수비수를 상대로 돌파, 3점슛, 패스, 자유투라는 ‘지옥의 사지선다’를 강요한다. 하든의 스텝백 3점슛은 NBA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비수는 3점슛을 의식해 가까이 붙는 순간 돌파에 취약해지며, 하든은 돌파 이후 직접 득점을 올리거나 외곽에서 대기 중인 팀원들에게 볼을 뿌린다. 상대 빅맨들이 집요하게 도움 수비를 시도하지만, 하든은 엄청난 상체힘을 바탕으로 이를 버텨내고 득점을 올린다. 이도저도 안 될 때에는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자유투 유도 능력을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자유투를 얻어낸 뒤 쉬운 득점을 올린다. 하든은 올 시즌 경기당 14.8개의 자유투를 던지고 있으며, 성공률 또한 88.1%로 매우 준수하다.

소속팀 휴스턴은 하든을 위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 대릴 모리 단장과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철저한 통계적 분석에 근거해 극단적인 3점슛 팀을 설계했다. 센터인 클린트 카펠라를 제외한 코트 위 전원이 3점슛에 능한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자연스럽게 스페이싱 효과가 극대화되었고, 하든은 이 빈 공간을 마음껏 뛰놀며 수비를 유린할 수 있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한 명의 수비수로는 하든을 막을 수 없으며, 더블 팀을 붙이는 순간 아울렛 패스에 이은 소나기 3점슛을 얻어맞는 지옥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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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제임스 하든이 안드레 이궈달라를 앞에 두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NBA]


공교롭게도 하든의 휴스턴은 아직까지 파이널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여기에는 심판의 파울 콜 성향과 맞춤형 수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하든은 기본적으로 자유투 유도가 많은 선수이며, 따라서 파울이 불리지 않으면 이는 곧 턴오버로 직결된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심판들이 파울에 비교적 관대해지는 만큼, 하든의 이른바 ‘자유투 뜯기’ 스킬은 정규시즌만큼의 위력을 가지기 어렵다.

또한 매 경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모든 팀들이 하든을 집요하게 연구한 뒤 맞춤형 수비 전략을 들고 나온다. 일례로 매번 휴스턴을 좌절시켰던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최정상급 수비수인 클레이 톰슨과 안드레 이궈달라를 번갈아 하든에게 붙인 뒤, 의도적으로 아이솔레이션만을 강요해 하든의 체력을 고갈시켰다.

휴스턴은 현재까지 10승 3패로 순항하고 있다. 잦은 부상 속에서도 상위권을 지켜내는 데에는 하든의 공로가 컸다. 하든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팀을 이끌고 있으며, 득점과 관련해서는 역대급 선수들을 소환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당 36.1득점으로 05-06시즌 코비 브라이언트 이후 처음으로 마의 35득점 고지를 정복한 그는 이제는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쫓고 있다. 조던의 득점 커리어 하이는 86-87시즌의 37.1득점이다. 이는 하든이 과연 조던의 기록마저 깨뜨리며 소속팀에 파이널 우승을 안길 수 있을지 주목받는 이유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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