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첨단소재 이영관 사장
기업의 2010 연말 인사 핵심키워드는 ‘젊은 리더십’이었고, 이에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 바람은 거셌다. 하지만 이 같은 바람에 연연치 않고, 오히려 ‘소걸음으로 만리를 걷는’ 연륜의 기업가정신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가 있다.화학섬유업계 최장수 CEO인 이영관(64) 도레이첨단소재 대표이사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동종업계 장수 전문경영인으론 배영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도 손꼽히지만, 한 회사 CEO 재직 기간으론 이 사장이 최장수다.
이 사장의 CEO 재직기간은 1999년 도레이첨단소재 설립 때부터 12년째. 사내 최고 장기근속자도 이 사장이다.
이 사장의 장기집권(?)은 변화의 속도가 더딘 업종의 특성,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일본계 회사라는 점 등이 작용했지만 이 사장의 통찰력과 사람을 중시하는 균형감각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는 평가다.
이 사장은 국내 IT산업 붐이 한창이던 2001년 후방산업으로서 필름 등 IT소재 수요 증대를 예상하고, 도레이 본사를 설득해 신사업 진출을 성사시켰다. 신사업으로 추진한 IT소재, 부직포는 폴리에스터 원사 등 주력이던 화섬 사업과 함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내에선 사람과 화합을 중시하는 조직경영으로 적을 두지 않는 점도 장수의 비결로 꼽는다. 이 사장의 좌우명은 ‘천지만물중화본야(天地萬物中和本也)’다. 천지 만물 가운데 인화가 가장 중심이라는 뜻이다.
이 사장은 올해 키워드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한 성과를 강조한 ‘스마트 스타트(Smart Start) 비전 2020’을 정했다. 이 사장은 신년사에서 ▷사업체질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 ▷신성장 분야에 진입해 지속성장 기반 강화 ▷비전달성을 위한 창조적인 신기업문화 창달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산업 간 융복합이 신사업을 창출하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종전의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는 새로운 성공방식을 도출해야 한다”며 탄소소재 공장 착공, 수처리사업 착수 등 신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올해 외부 활동 보폭도 넓힌다. 이 사장은 지난 6일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는 한국고분자학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고분자에 관한 화학, 물리학, 생물학, 공학 등 관련 분야의 학술대회 주관 등 1년간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