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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식 기자의 시승기>"성능ㆍ디자인 모두 포기 못해"…인피니티G25
배기량은 높을 수록 좋은 것이고 마력이나 토크도 높을 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버림의 미학을 일깨워준 차가 있었다. 바로 인피니티 G25였다.

고성능 일본차 브랜드의 대명사 인피니티가 제주도 서귀포에서 ‘G25’ 모델의 시승 행사를 연다고 해 참석했다. 솔직히 비행기에 몸을 싣었을 때만 해도 이 차에 대한 기대는 거의 제로(0%)였다. 기존 G37스포츠(5260만원)보다 약 900만원 싼 이른바 ’저가형 모델’ 출시 행사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통상 자동차 회사들은 저가형 모델을 내놓으면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치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매 현장에서는 가격 혜택 때문에 인기를 끌지만,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기자들에게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피니티는 왜 굳이 이번 시승행사를 강행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이번 시승행사의 관전 포인트는 그동안 몸집에 비해 과도하게(?) 고성능이라는 평가를 받아오던 G37이 얼마나 현실성 있게 다이어트를 했는 지 였다. 

사실 G37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살짝만 가속패달에 발을 올려놔도 몸이 휙휙 넘어갈 정도로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차다. 후륜구동 차량이라는 특성 상 곧게 뻗은 직선도로에서 힘껏 가속패달을 밟으면 차량의 앞부분이 들리는 느낌이 전해질 정도다.

G25를 타고 한라산 중산간도로를 시원스레 달려봤다. 충분한 마력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G37과는 확연하게 달랐지만 여전히 VQ엔진의 재빠른 응답성과 날카로운 핸들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G37보다는 G25가 보통의 운전자들이 손쉽게 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포츠세단이라는 느낌이었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달리기 성능은 엿볼 수 있었다.

여기에 자트코(Jatco) 사의 7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에코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스포츠세단으로서는 수준급인 11㎞/ℓ의 공인연비를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실연비. G37의 경우 9.5㎞/ℓ의 공인연비를 보이지만 실연비는 5㎞/ℓ 가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1시간 가량 한라산 중턱의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가면서 달려본 바에 따르면 평균 연비는 10.7㎞/ℓ 수준이었다.

물론 에코 드라이빙을 위해 최대한 엔진 회전수를 줄이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쓴 운전이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놀라운 결과였다.

이쯤되자 439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다른 차량들이 떠오른다. 인피니티 측은 현대차 그랜져 고객이 주요 마케팅 공략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랜져의 풀옵션 최상위 트림 차량은 4396만원이다.

그랜져 풀옵션에 비해 부족한 옵션은 전방카메라와 자동주차기능, 운전석 안마기능, 파노라마썬루프, 열선스티어링휠 정도다. 하지만 그랜져에 없는 것은, 보닛 라디에이터그릴의 인피니티 배지에서 묻어나오는 자부심 그리고 그 속에 숨은 후륜 구동 스포츠 세단의 다이내믹함이었다.

<제주=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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