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에 따른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태가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도를 바꿔 놓을 전망이다.
북한의 핵 개발 이슈가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대신, 원자력의 안전이 중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한편 북한의 핵 개발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한국과 미국의 목소리도 이번 사태로 보다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 외교 소식통은 내년 초 서울에서 열릴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지진으로 일본의 원전 수십기가 가동을 멈춘데 이어, 몇몇 원전에서 심각한 수준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상하고 있는 데 따름이다.
일본 정부는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이 같은 사태 발생 시 국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뜻을 같이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일본 지진으로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 이슈는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불법성 규정 논의에 의견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6자회담의 한 축인 일본의 초대형 자연 재난은 대화의 흐름을 당분간 끊어놀 수 밖에 없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일본의 핵 사고가 불안정한 기술로 핵무장을 노리고 있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한층 높혀줄 것으로도 기대했다. 북한의 핵 개발이 핵무기 보유를 넘어, 주변국에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핵 사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만을 고집하며 북한을 사실상 옹호해왔던 북한-중국 연합 전선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고 한 외교 관계자는 덧붙였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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