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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89세에 상장사협의회장 6연임 박승복 회장
우리나라 나이로 구순(九旬)에 직함만 27개. 맡은 자리마다 재선을 거듭하며 ‘장기 집권’하는 데도 다들 계속 맡아달라고 난리다.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총회에서 회장에 재선출된 박승복(89) 샘표식품 회장의 얘기다.

시가총액 1000조원을 웃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규모로만 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를 압도한다. 그 자리를 1996년부터 5차례나 지켰음에도 아들뻘 되는 부회장들의 간곡한 권유에 다시 3년을 맡게 됐다.

‘상장협 회장=박승복’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보니 협의회 측은 박 회장의 재선출 결과에 대해 짧은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다.

“상장사협의회가 잘 드러나진 않아도 조용히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곳이에요. 이런저런 행사도 많고.”

2009년 미수(88세)를 맞아 회고록 ‘장수경영의 지혜’를 출간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보인다. 매일 회사로 출근하면서도 걸친 직함이 경영자총협회부회장, 국총회(전 총리실 직원모임) 회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등 손으로 꼽기가 어렵다.

박 회장은 애초 기업인은 아니었다. 은행원과 공무원을 거쳐 요즘으로 치면 명퇴 나이를 넘긴 50대 중반에 경영을 시작했다.

그는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함흥공립상업학교를 나와 산업은행 전신인 식산은행에 입사했지만, 이후 은행에서 모셨던 송인상 씨가 재무부 장관으로 간 인연으로 59년 재무부에 발을 들여놨고 66년부터 10년간 국무총리실에서 3명의 총리를 모셨다.

“가장 보람있게 일한 때는 공무원 생활인 거 같아. 정일권, 백두진, 김종필 세 분을 취임부터 퇴임 때까지 함께 했는데 그때가 내 전성기였지. 그것도 가장 (성격이) 모난 분들만 모셨으니…(웃음).”

총리실에서 머무는 동안 소양강댐 건설, 민속촌 설립, 환율변동제 시행, 주민등록번호 도입 등 국가적 대사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그러다 1976년 김종필 전 총리가 퇴직할 때 함께 물러났다.

하지만 ‘백수’ 생활이 오래가진 못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부친이 작고해 샘표식품 경영을 이어받은 것. 늦은 나이에 경영 일선에 뛰어든 만큼 발로 더 뛰면서 부지런히 간장, 된장 맛을 익혔다. 그 덕분인지 샘표식품은 ‘무차입ㆍ무적자’를 자랑하는 ‘알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에는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경영을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열정은 여전하다. 샘표식품이 2009년 내놓은 히트상품 ‘백년동안’(발효 흑초)은 그의 작품이다.

아침ㆍ점심ㆍ저녁 하루 세 차례 꼬박꼬박 흑초를 마신다는 그는 ‘흑초 전도사’를 자처했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식초를 만병통치약으로 부를 만큼 열풍이 불었습니다. 가족이 먹지 않는 것은 만들지도 팔지도 않아요. 식초 마시기 한번 시작해 보세요.”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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