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기싸움에 주도권 상실
도발주체 명시없는 성명 수모
우리 장병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은 우리 외교에 커다란 도전이었다. 한반도 주변 4강의 팽팽한 기 싸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남북 대화 및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신경전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힘의 대결 현장이 됐다. 여기에 러시아와 일본까지 가세한 결과 6ㆍ25전쟁 이래 가장 심각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지경이다.
한ㆍ미ㆍ일, 북ㆍ중ㆍ러의 대립은 천안함 폭침의 성격과 주체 논란에서 시작됐다.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은 다국적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북한을 범죄 주체로 지목했고, 북한은 이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부인에 동조하며, 천안함 폭침을 국제 정치 싸움으로 몰고갔다.
한 달 이상 계속된 안보리의 논의는 결국 북한을 도발 주체로 직접 명시하지 못한 채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어정쩡한 의장 성명만을 남겼다.
천안함 폭침에 대응한 한ㆍ미 양국의 서해상 합동 군사훈련도 갈등의 한 축이 됐다.
한 외교 전문가는 천안함 폭침 이후 외교전에 대해 “한국 중심의 통일을 미국의 두만강, 압록강 진출로 여기고 한반도의 현상유지에 집착하는 중국의 숨겨진 속내, 그리고 주한 미군 주둔이 북한의 도발 억제뿐 아니라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수단이라는 미국의 생각이 가져온 갈등을 한눈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갈등 구조 속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력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경제적, 양적 성장에 도취해 이념과 정치 시스템의 이질성을 미쳐 인식 못했던 대중 외교력은 한ㆍ미 동맹 심화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통상은 중국과만 하고, 정치는 미국과만 논의하는 지금까지의 외교 전략에 대한 지적이었다.
또 남북회담, 6자회담 등 대북 위기관리 외교 수단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천안함 폭침 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정부는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만을 고수하며 북한의 기습 공격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봤다. 또 폭침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북한과 중국의 목소리에도 늦게 반응하며, 외교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