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복구로 진척을 보이던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가 1호기에 ‘핵연료 용융(노심용융)’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당국의 발표에 다시 불안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밤 기자회견에서 “수소폭발 한 1호기의 핵연료가 용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2호기나 3호기에 비해 가장 위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1호기는 23일 오전 한때 원자로 내 압력용기의 온도가 400℃를 넘어섰다. 평소 운전 시 압력용기 온도인 280℃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설계온도인 302℃를 100℃가량 초과한 셈이다. 원자로가 설계온도를 넘어 과열되면 내부의 연료봉이 녹는 핵연료 용융이 진행되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될 우려가 있다.
이에 원전 측은 원자로에 바닷물을 주입해 온도를 322℃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자로 내부의 압력상승이 계속되면서 증기방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다라메 위원장은 원자로 내부의 온도ㆍ압력의 이상 상승이 계속돼 위험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노심이 들어있는 압력용기의 증기배출 밸브를 열어 원자로의 파괴를 막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24일 중 이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압력용기 내 증기는 방사성 물질을 품고 있어 증기방출이 이뤄질 경우 원전 주변의 오염이 가중될 전망이다.
1~4호기 중 복구작업이 가장 빨랐던 3호기도 불안정하다. 3호기는 21일과 22일에 이어 23일 오후에도 원인 불명의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라 작업원들이 긴급 대피했다. 3호기는 가장 먼저 중앙제어실(MCR) 조명이 켜지면서 이날 급수 펌프(보충수 펌프)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취소되고 대신 원자로에 냉각수 주입 작업만 계속됐다. 2호기는 방사선량이 혈중 임파구 숫자가 줄어드는 시간 당 500밀리시버트로 높아 전력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4호기도 폐연료봉 보관 수조에 냉각수 주입 작업만 진행됐다.
아사히 신문은 24일 “1~4호기의 냉각장치가 가동되지 않는 등 상태가 더 불안정하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냉각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됐던 5,6호기 중 5호기마저 23일 밤 한 차례 정지했다고 니케이 신문이 보도하면서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다. 도쿄전력 측은 24일 1~3호기 중앙제어실 복구 및 3호기의 급수 펌프 시운전 등 복구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