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유출사고로 방사능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 실체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에는 일본의 농수산물은 물론 도쿄의 수돗물에까지 방사성 요오드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유아에 먹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또 미국과 유럽은 일본산 농산물과 유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고 오스트리아 교향악단은 한국은 안전한데도 불구하고 방사능 공포로 오는 26일 통영음악제 개막 공연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사능 공포가 생소한 물질 이름과 단위 수백 혹은 수천배라는 수치 발표로 일반인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장해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폭’이라는 단어의 공포=이번 원전 사태로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졌다. 일반 시민들은 ‘피폭’이라는 단어에 일단 겁을 먹는다.
피폭은 투과성 방사선이 몸을 지나가는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도 X레이나 CT촬영을 통해 피폭을 경험할 수 있다. 흉부 X레이를 통해 나오는 방사선량은 0.1밀리시버트(mSv)이고 암검진을 위한 CT촬영은 1 mSv로 알려져 있다. 또 일반인은 지구상에 사는 것만으로도 연간 평균 2.4 mSv에 달하는 방사능에 노출된다.
일본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3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발생 당시 방사성 물질이 퍼지는 범위를 예측한 결과 실내 대피령이 내려진 반경 30km 밖에도 방사선 양이 100 mSv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100 mSv는 안정 요오드제를 먹어야 하는 기준치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서 240㎞ 떨어진 도쿄의 경우 지난 19일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시간당 방사선 노출량이 0.809마이크로시버트(μSv)로, 즉 1mSv(=1000μSv)의 1000분의1도 안 되는 것으로 건강에는 별 지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 방사능 물질이 넘어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윤철호 원장은 “2호기가 전부 노심용해 되고 격납 용기가 완전히 부서졌다는 가정 아래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사고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울릉도 주민 피폭 양은 0.3밀리 시버트(mSv)로 추측되었는데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ㆍ수돗물서 ‘수백배’의 베크렐 우려=일본 정부는 23일 후쿠시마현의 농산물에서 방사성 세슘이 잠정 기준치의 164배가 검출돼 출하금지와 섭취 자제를 촉구했다.
또 도쿄도는 23일 가나마치 정수장에서 유아(만 1세미만) 음용 기준치 이상의 요오드131이 kg당 210 베크렐이 검출돼 유아에 직접 수돗물을 먹이거나 분유도 타먹이지 말라고 지시했다. 수돗물의 방사성 물질 기준치는 성인의 경우 kg당 300베크렐이지만 유아의 경우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베크렐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 신문등 현지언론은 성인 기준 300 베크렐이라고 하는 기준 자체가 1년간 물을 마셔도 크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임신부에 대해서는 이번 수치가 DNA 손상량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손을 씻거나 목욕을 하는 등 생활용수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소독을 위해 끊인다고 해도 세슘은 끊는점이 600도 이상이어서 효과는 없다.
일본의 경우 방사능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후생노동성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정하는 지표치(단위=베크렐)를 잠정적인 규제치로 정해 이 규제치를 넘는 식품은 유통을 하지 않도록 각 도도부현에 요구하고 있다.
베크렐은 방사능의 강도를 재는 단위이지만 방사성 물질마다 잠정기준치가 달라 어느 정도 섭취하면 안되는 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시금치의 방사성 요오드 기준치는 2000베크렐인 반면 세슘은 500베크렐이다.
지난 22일 후쿠시마 현에서는 재배된 경립채에서 세슘이 kg당 8만2000베크렐로 164배나 많이 검출돼 출하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간 나오토 총리는 23일 후쿠시마현 등 농산물 11개 품목에 대해 2차 출하금지를 발표하면서 “이 지역 채소와 유제품에 대해 섭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