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명 방사능 위험불구 구조활동 열성에 이재민들 감동…한·일 우호 새 가교역 자임
일본 도호쿠 대지진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방사능 피폭 위험까지 무릅쓰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구조활동을 벌인 107명의 한국 지진구조대가 한국의 정을 심고, 나아가 한ㆍ일 우호의 새 가교를 놓았다는 평가다. ‘오렌지빛의 민간 외교관’이란 찬사어린 수식어까지 붙었다.한국 긴급구조대는 지난 12일 선발대인 119구조대원 5명과 구조견 2마리가 해외 구조대 가운데 처음으로 최대 지진피해 지역인 센다이에 급파됐다. 대지진과 쓰나미의 재앙이 닥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다. 정부는 이틀 뒤 102명에 달하는 해외파견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단 본진을 센다이에 파견했다.
구조대는 현장에서 이재민 수송용 버스 2대 비용 90만엔(약 1240만원)은 물론 차에 들어가는 경유 3000ℓ와 휘발유 1000ℓ를 한국에서 공수하는 등 일본의 편의 제공을 모두 거절했다. 대재앙의 현장에서 시신을 발견하면 옷매무시를 고치고 대원이 모두 모여 거수경례를 하고 묵념을 했다.
구조대원의 정성스러운 시신 수습 모습에 이재민도 울먹이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며느리를 아직 못 찾았다” “휩쓸려 간 회사 동료를 꼭 찾아주셨으면 한다”. 언제 배웠는지 또박또박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해 오는 주민도 생겨났다. 구조대의 숙소인 미야기 현 공설운동장 옆 보조운동장에 설치한 텐트는 강한 눈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렸고, 샤워는커녕 세수도 못해 한국에서 가져간 물티슈로 대신했다.
이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은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18일자 신문에서 한국 구조대원의 구조활동을 ‘비통의 수색’이라는 제목으로 소상하게 소개했다.
한국 구조대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 공포가 일본 전역을 휩쓸면서 해외 구조대가 모두 철수했음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구조활동을 벌이다 23일 전원 귀국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 따르면 현재 이들의 건강은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이들은 일본에 없지만 재난현장에서 보여준 헌신과 열의, 진심어린 마음은 오랫동안 일본인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 한ㆍ일 우호 증진의 새 시대를 싹틔우는 밀알이 될지도 모르겠다.
국권피탈 101년. 한국의 119구조대 젊은이가 일본의 재난 현장에서 두 나라의 역사를 새롭게 썼기를 바란다면 섣부른 기대일까.
김대우ㆍ김상수 기자/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