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로 전 의원은 지난 1984년 대선 당시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뉴욕 3선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당초 널리 알려진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그해 먼데일 후보에 의해 전격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특히 선거 운동 기간 멘데일 후보를 능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낙태에 대한 호의적 입장과 남편 사업 관련 법적 문제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부통령에게 50개 주 가운데 49개주를 내줄 정도로 대패했다. 하지만 페라로 전 의원은 선거 직후 패배승복 연설에서 “나의 부통령 후보 출마는 차별이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여성들은 결코 다시는 이등시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페라로 전 의원은 1992년과 1998년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 나섰다 잇따라 떨어졌다. 1996~1997년에는 CNN방송의 ‘크로스파이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으며 1998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웠다.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합류해 선거자금 모금책으로 일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백인이었다면 현 위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흑인 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애도 성명을 통해 “제럴딘은 여성과 각계각층 미국인들의 장벽을 깬 선구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나의 딸 사샤와 말리아는 페라로가 선택한 삶 때문에 좀더 평등한 미국에서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